Source: The AI-Dependent Firm: A Review of Three Governance Capabilities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21년 여름, 처음 한국에서 SIAI 교육을 시작해보려고 하던 무렵, MSc Data Science (현재는 MSc AI/Data Science 과정의 일부로 흡수됨)에 지원했던 어느 학생과의 일화다.
해당 학생은 국내에서 해외 유학을 잘 보내는 곳으로 유명한 모 외고를 졸업하고, 미국 UC 계열의 어느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부, 유럽 대륙에서 경제학 과정이 탄탄한 것으로 잘 알려진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하다가 국내에 귀국해서 S대에서 막 개설된 Data Science 석사 과정에 들어갔던 분이었다.
첫날 수업이 끝나고 나니 50명의 학생 중에 47명이 너무 어려워서 못 따라가겠다고 자퇴서를 냈고, 그래서 교수들의 회의 끝에 대학교 1학년 수준 혹은 그 이하 수준 과정으로 교육 과정의 수준을 낮추는 걸로 결정이 나면서 47명의 자퇴서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했다.
교육 과정이 쉬워지니 나머지 3명은 더 이상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 그만두기로 결정했고, 자기가 그 중 한 명이었다고 하면서, 나한테 이렇게 물었었다.
생각하시는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대부분 그만둘텐데, 그래도 교육 과정 수준을 낮추실 생각은 없으신거죠?
그간 써 놓으신 블로그 글을 보면 절대로 타협 안 하실 분인 것 같아서 믿음이 가기는 합니다만, 돈이 안 되면 사람 생각이 바뀔 수 있잖아요
그 때 내가 웃으면서 했단 대답이다.
그냥 학교 접고 다른 일을 하지, 왜 학부 1학년 수준 가르치면서 대학 운영하나요? 무슨 Diploma mill (학위 공장)도 아니고
살아남기나 하세요 ^^
그렇게 몇 년을 운영하니,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70% 이상의 학생들이 어렵다고 도망을 갔다.
S대도 국내 교육 시장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운영을 했을 것이고, 1-2칸을 건너면 아는 교수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딱히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47명이 자퇴서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실 마음이 아팠었다. 저 교수님들도 고급 인재를 키우겠다는 큰 기대를 갖고 학위 과정을 시작했을텐데, 현실의 벽에 부딪히니 매우 괴로우셨을 것이다.
다만, 당신이 저런 3명의 학생들이라면, 그런데 위의 저 학생처럼 70%에 포함되지 않고 끝까지 졸업하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라면, 아래의 조건들을 정보로 활용해서 대학을 찾아가시기 바란다.
좋은 학교 증거 1: STEM 교육 과정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높은 학교들
우선, 학교가 나름대로 깐깐하게 선발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논의를 정리해보자.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미국 UC 계열에서 공학 교육 과정을 매우 빡빡하게 운영하는 대학교들을 보면, 공대 기준으로 졸업률이 50%가 안 되는 곳들도 은근히 많다. 특히 아시아 학생을 받은 STEM 과정들에서 그게 두드러지는데
위의 글에서 언급된 링크를 따라가보면 알겠지만,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 상위권 대학들에서 약 25%가 중도 탈락한다는 기록이 있다. 쉽게 공부하는 Non-STEM 과정까지 포함해서 저 숫자니, 수학 교육 수준이 높은 STEM 전공들, 특히 교육 과정이 빡빡한 전공들로 가면 저 비율이 얼마나 더 높아질지 짐작이 될 것이다.
나 역시도 중국인 학생들을 유학 중에 많이 봤었고, 대학원 TA 하면서는 애들 가르치면서 Best TA of the Year 상도 받아봤지만, 영미권 교육을 받은 애들에 비하면 중국 학생들이나 한국 학생들이나, 논리를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잘 안 한다.
참고로 SIAI의 설립 모토가
Rerum Cognoscere Causas (사물의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
인데, 어떤 현상이나 지식의 근원을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당연히 빨리 베껴서 답안지 제출하고, 적당히 둘러서 아는 체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매우 맞지 않는 교육이다.
실제로 저런 증거가 있는 대학들에 살아남은 학부 고학년 학생들을 보면, 속칭 Nerdy한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나도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몰랐지만, 짧게나마 대학 운영을 해보니, 대학들이 입학 면접을 빡빡하게 하고, 추천서를 믿고가는 신용사회가 되어 있는 영미권의 대학들이 어떤 식으로 학생을 뽑았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더라.
- 지원자의 숫자는 많지만 합격자의 숫자는 적고
- 졸업하는 비율은 높고
- 고액 연봉을 받는 비율도 높으면
US News 같은 곳에서 발표하는 대학 학부 랭킹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STEM 교육에서 위의 ‘Nerdy한 학생들은’ 2번째와 3번째 항목을 충족시켜주는 학생들인 것이다.
중국과 한국 출신이라고해서 무조건 논리를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건 아니지만, 고교까지의 수학 시험 점수가 같다고 했을 때, 아시아 학생들의 점수는 뭔가 학원 교육의 효과, 기계적으로 만들어 낸 점수 같은 느낌이 든다면, 영미권 교육을 거쳐온 애들은 논리적 이해도가 탄탄한 상태에서 그 점수를 받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실제로 얼굴을 보면, 대학들에서 내가 본 얼굴들이다.
그런 교육에서 살아남기 힘든 학생들을 받아야하는 학교로 가면 어쩔 수 없이 교육 수준을 낮추게 되고, 교수들의 강의 의욕도 사라진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특정 수준 이하의 대학에 가는 것보다 연구소나 기업으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좋은 학교 증거2: 등록금이 비싼 학교, 장학금이 매우 깐깐한 학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역시 학교를 운영해보면서 깨닫게 된 내용들이다.
일단, 매년 Best Paper of the Year 상의 받은 아래 논문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 Price Premium Discovery In Real Estate Auction Market: Decomposition Of The Korea Auction Sale Rate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Sleep State Detection Method by Data-generated likelihood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Low-Cost Automatic Detection of Board Channel-Induced Failures in Semiconductor Testing based on Channel-Sharing Test Boards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운영을 해보니, 저런 논문 하나 뽑아내는데 연간 20만 달러, 많게는 40-50만 달러 정도의 인건비를 써야겠더라. 대략 50명의 학생이 연간 20만 달러의 학비를 내서 1,000만 달러 정도를 벌고 있는 조직이면 교수진 10-15명과 교직원 급여를 주면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급여 수준이 낮아지면 B급 교수진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러면 저런 논문 지도는 불가능하다. 사람을 급수로 나눠서 정말 미안하지만, B급 이하 교수진들 그룹으로 가면, 저 논문을 이해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거기다 Data Science 교육 과정의 특성상 여러 전공 출신의 교수들이 와서 자기 전공의 근처에 있는 논문 주제를 갖고 온 학생을 지도해줘야하는데, 그렇게 Multi-discipline으로 학생 지원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수학·통계학 연구 역량 수준이 A급 학자/연구자 이상인 경우는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다.
돈 내고 공부하러 가는데, 20% 등록금을 아끼려다가 수준이 확 낮은 교수에게 수업을 듣고 싶지는 않지 않나?
학생을 50명이 아니라 200명, 1,000명 받으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텐데, 교수가 학생을 꼼꼼하게 케어하지 않으면 준비 안 된 학생이 들어와서 1년, 길어봐야 2년 안에 저런 논문을 뽑아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리고, 저런 교육을 흡수할 역량이 되는 학생을 1년에 200명 이상 받을 수 있는 명성과 조직을 갖춘 대학은 글로벌 시장에 몇 군데 없다.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인 학생들로 고개를 돌려봐도 대부분은 저런 교육을 받고 싶기만 할 뿐, 정작 받아주면 위의 70% 사건을 만들어내서 학교의 랭킹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뿐이다. 수학 기본기와 더불어, 머리만 좋은게 아니라, 노력도 해야하고, 힘든 도전을 끊임없이 극복하는 끈기, 정신 무장이 필요한데, 가르쳐보면서 느끼지만 그렇게 골고루 갖춘 인재가 많지 않다.
연간 4만 달러~7만 달러 정도의 학비를 받는 미국 대학들이 이미 학비가 비싸다고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과, 정작 대학들은 자금 부족으로 계속 기부금을 끌어오고, 대학 교수들은 연봉이 적다고 투덜거리고, Private sector에 기회가 있는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버리는 경우들을 종합해보면 알겠지만,
저렴한 교육 과정으로 고급 교육을 운영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대학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최고 경영자 과정, 알맹이 없는 MBA들에 엄청난 학비를 책정해가면서 운영하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렇게 사실상의 학위 장사를 해야 학교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생 숫자를 채우려고 장학금을 주는 대학들은 교육 과정을 A급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를 안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인이 매우 뛰어난 스펙이라면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스펙의 학생들은 이렇게 좋은 학교 증거를 찾지 않아도 되는 학생들, 어지간한 대학들은 지원하면 다 받아주는 학생들, 아니면 자기가 눈을 매우 낮춰서 지원하는 학생들 밖에 없다고 본다.
가끔 학비가 매우 저렴한 대학과 학비 수준이 높고 장학금을 전혀 안 주는 대학을 단순히 가격 비교만 하는 경우들을 보는데, 고등교육 시장은 '품질 경쟁 (Quality competiton)'이 굉장히 심한 시장이다. 거기다 가격이 교육의 품질 이상으로, 그 학교의 명성, 학교가 지원해주는 다양한 커리어 프로그램 등등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식의 반값 등록금, 평준화된 등록금 탓에 글로벌 시장의 대학 간 치열한 경쟁구도를 잘못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기 바란다.
좋은 학교 증거3: 당신이 보는 채널에 광고를 하지 않는 학교
학생 숫자를 채우려면 학비를 매우 낮춰주는 것과 더불어 굉장히 적극적인 홍보를, 그것도 A급 학생들이 평소에 접하지 않는 채널, B급, C급 학생들이 평소에 보는 채널을 골라야 한다. 이렇게 학생 등급을 나누는 것도 참 불편하지만, 위의 Nerdy한 학생들이 평소에 소비하는 콘텐츠와 일반적인 학생들이 평소에 소비하는 콘텐츠가 다르다는 점은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해보자.
아래는 한국에서 본 예시다.
몇 년 전에 K대 학부, 국내 모 언론사 재직, 해외 석사 졸업 후 박사 지원을 준비하던 분과 잠깐 나눈 대화인데, 이 분이 한국에서 수도권 밖에 있지만 명문대로 이름이 높은 K모 대학에서 처음 들어보는 석사 전공을 하셨다더라.
개그맨 XXX 아시죠? 저희 교수님이 그 사람을 저희 석사 과정에 받아줬다고 그러면서 단톡방에 올리셨던데, 동문들끼리 만나서 왜 그런 사람을 우리 동문으로 만드냐고 불평도 나오고 그랬어요
난 그 지방 K모 대학의 해당 전공 학과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학부는 천재들만 가는 대학교라는 명성이 탄탄히 갖춰진 곳이지만, 자기가 학과장을 맡은 대학원 과정은 직장인 대상에 일반에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고, 현실적으로 학위 장사를 해야하는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 숫자를 채우고 등록금을 얼마 이상 확보해야 재정이 유지되니까, 자기네 과정에 지원할만한 사람들이 잘 아는 유명 개그맨을 얼굴 마담으로 뽑은 것이다.
그 개그맨이 해당 전공을 졸업했다고 하면,
그 개그맨과 자기가 별로 다른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도 K대 학위나 따 볼까?” “만만해 보이는데”
같은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 학생 분과 동문들이 불만인 이유는, 자기는 명문대 석사 과정이라서 갔었는데, 거기를 졸업한 자기가 좀 넘사벽으로 보이고 싶은데, 그 개그맨으로 과 홍보를 하면서 일반인에게 만만한 학위로 알려지게 되는 것이 체급을 떨어뜨리는 사건이라는 걸 무의식 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학과장은 광고비를 아끼고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즉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체급을 떨어뜨렸다.
반대로
위에 언급된 활동들처럼 해외 A급 언론사들에서 사회적 기현상에 대한 상세 논평, 국가 단위의 정책 논의에 방향을 새로 설정하는 코멘트, 학자들과 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내용들은 그 분들이 찾아보지 않는다. 찾아보더라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니 자기가 갈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위의 활동들보다 더 학술적인 행사들은 사정이 훨씬 더 심해질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연구자들끼리의 모임은 1개 소주제당 많아봐야 5명, 10명의 전문가들만 있는 경우들이 많은데, 관련 관계자 100~200명의 네트워크에서나 알려진 분들이 노벨상처럼 대중에 많이 알려진 상을 받지 않는 이상, 개그맨이 만든 콘텐츠나 소비하는 분들에게 홍보 자료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Mathematical Finance 전공으로 박사 재학 시절에 쓴, Financial Crisis의 원인이 투자자들이 서로 Benchmarking만 열심히해서 베끼다보니 금융시장에서 한쪽 쏠림이 굉장히 심하다는 논리를 Jump Diffusion을 이용해서 Continuous Time으로 풀어낸 논문은 아마 교수진들 중에 딱 저 주제를 찝어서 다루는 사람이 글로벌 시장에서 10명이 안 될 것이다. Jump Diffusion을 빼내면 숫자가 10,000명 단위로 확 늘어나긴 하겠지만, 다들 자기 만의 연구 방법론과 연구 주제가 있는 만큼, Jump Diffusion을 넣기 위해 Possion 분포를 Continuous Time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종류의 수학을 써야하는 것에서 10명 이상 찾기가 어려워지고, Jump의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Malliavin calculus를 쓰는 부분은 전세계에 5명 이상의 학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Mathematical Finance 박사 과정을 가기 전에 학부, 석사가 경제학 출신이라 탄력성(Elasticity)을 계산하고 싶어서, Continuous Times에서 Jump 부분을 미분을 하는 수학을 찾다가 이걸 찾았을 뿐이다. 2013년에 노벨상을 받은 Lars Hansen이 시카고 대학에서 이걸 가르치고 있다고 그래서 한번 찾아가서 인사하고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분도 당시 논문 1-2개 내면서 하나하나 연구하던 중이었고, 학계 떠나기 전까지 다른 연구자 분들이 이쪽 방법론을 연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다들 자기만의 방법론이 있고, 세부 연구 주제로 가면 자기 전문 분야가 있다보니, 이렇게 갈라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수학 전공자 분들 중에 연구 주제가 다른 분들이 Malliavin calculus를 잘 아는 경우도 보는데, 이런 식으로 Inter-discipline으로 겹칠 수도 있는 반면, 자기 전공에는 되려 학문적인 도구를 공유하는 연구자가 드문 경우들도 상당히 많다. 사실 나 역시도 다른 세부 주제에서 뭘 하는지 잘 모른다. 연구에 손 놓고 산지 오래되어서 요즘은 더 모르고.
(5명, 10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사례일 뿐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SIAI를 운영하면서도 가끔 저 대학 학과장과 비슷한 생각을 해 본적이 있기는 하다.
대중에게 적당히 알려진 연예인, 정치인들을 얼굴 마담으로 한번 내세워볼까 싶었는데, 저 위의 S대 3명 자퇴생 학생에게 말했던대로, 그러느니 그냥 학교 안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돌려먹었다.
요즘 SIAI에서 내게 요구하는 활동들도 사실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예전엔 저런 연락이 오면 다 거절했었는데, 웃는 얼굴로 받아주려니 어색하고 껄끄럽다.
내 얼굴이 아닌 다른 가면을 써야 되는 것 같아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Young Professional을 학생으로 받고 싶은 대학이라면 이런 채널들로 홍보를 해야한다는 설명에 동의하기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좋은 학교 증거4: 당신이 지원하면 떨어질 것 같은 학교
가장 논란이 될 것 같은 포인트를 뽑았는데, 좀 솔직해져보자. 영어로 된 고급 지식 자료를 빠르게 읽고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분들을 해당 대학에서 뽑으면
- 어렵다고 도망갈 가능성이 매우 높고 (70%)
- 졸업을 무사히 하더라도 고액 연봉 직장에 취직될 가능성이 낮고
- 영어권에서 취직하기 힘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 입장에서는 자기 학교의 랭킹을 낮추는 학생, 등록금 확보 밖에 도움이 안 되는 학생이기 때문에 좋은 학교들일수록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당신들을 받아준 학교는 A급 학생만 받는다, 미국에서 명문 고교를 졸업한 학생만 받는다는 식으로 콧대 높게 나갈 수 없는 학교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듣기가 매우 쓰리겠지만, 하버드, 스탠포드 같은 대학의 경쟁이 치열한 전공에 당신을 받아줄 가능성이 매우 낮지 않냐.
그런 당신이 Dream school을 가려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서 당신이라는 상품의 겉과 속을 모두 포장해야 한다.
예전에 한 학생이 미국으로 Data Science 석사 과정을 가고 싶다고 추천서를 써달라고 그랬는데, SoP, Personal Statement 낸 걸 봐도 떨어질게 뻔히 보이고, SIAI에 졸업 논문을 뭐라도 좀 써서 보여달라는데 전혀 가능성이 없는 상태였었다. 이대로는 All-reject이고, 학교마다 100~200달러 책정하는 지원비만 버린다면서 계속 충고를 했는데, 잘 안 와닿던 것 같더라.
그러다 어느 유학원에서 SoP, Personal Statement 컨설팅을 받고 (대략 1,000만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원을 했다던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느 학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챗GPT가 써 준 것보다 못한 Personal Statement 였었다. 너무 황당해서 이렇게 지원해놓고 합격하기를 바란다니, 입학 사정관을 뭘로 보나 싶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문을 뚫으려면 내가 계속 이야기하는 Best Paper of the Year 상을 받았던 논문들처럼
- Price Premium Discovery In Real Estate Auction Market: Decomposition Of The Korea Auction Sale Rate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Sleep State Detection Method by Data-generated likelihood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 Low-Cost Automatic Detection of Board Channel-Induced Failures in Semiconductor Testing based on Channel-Sharing Test Boards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현상을 추상화하고, 수학적으로 문제를 풀어낸 다음, 그걸 현실에 다시 적용하는 역량이 탄탄하게 잘 갖춰져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STEM 전공이 결국엔 이런 능력이 있어야 A급 졸업생이 되기 때문이다.
Facebook에 시드 투자를 했던 어느 투자자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Their PT was… well.. crap. But the product is good. The team is good. I just skipped the PT. I saw the team. I invested.
라고 말씀하시더라. 저런 논문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있고, 다른 준비가 탄탄하면, Personal Statement는 뭐 외국인이라 영어 좀 못하는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받아주는 학교들도 나온다. 근데, 내실이 없는 상태에서 ChatGPT가 쓴 것보다 못한 Personal Statement가 온다?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최근에 위의 논문들을 어느 한국인 학부모 그룹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우리 애는 여기 입학 시험도 못 치겠다, 엄청난 똑똑이들만 들어가는데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
괜히 다른 학교 예시를 들었다가 논란이 생길까봐 SIAI 예시만 자꾸 갖고와서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 내 의도는 전달이 됐을 것이다.
사족 - 당신이 지원하면 떨어질 것 같은 학교로 본 SIAI 경험담
한동안 SIAI 지원할려면 수학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해야되냐면서, 수학 박사를 해야 되는거냐, 석사까지 해야되는 거냐는 식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고, 실제로 고학년 수학을 많이 들었다고 자랑하는 메일을 받은 적도 많다.
근데, 한국 정리하면서 졸업 못한 학생들 논문 지도를 몇 년 있다가 1번은 더 해줄려고 하니까, 소수 정예로 한번은 더 학생 받겠다고 했던 2025년에 3월에 지원했던 K대 공대 학사, 석사 출신인 분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
이 분은 IT계열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는 분이다. 학위 과정을 거치는 내내 각종 발표들을 보면 수준이 굉장히 높다. 논문 주제와 논리를 뽑아온 걸 봐도 충분히 좋은 논문을 쓸 것 같아 보여서 기대가 큰 학생이다.
한국 떠나기 전에 이 분과 한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 2021년부터 SIAI에 오고 싶었는데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질까봐 불안해서 계속 수학 공부만 했는데 크게 진도를 못 뺐고,
- 2023년 여름에 1기 졸업생들이 국내 교수님들 모셔놓고 졸업논문 발표하던 학회 행사 겸 논문 심사일에 왔을 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어들어서 크게 좌절했었고,
- 2025년에 한국에서 더 이상 운영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2개 과목 먼저 듣고 시험 성적으로 입학 여부 결정한다길래 큰 마음을 먹고 지원을 했었다
라고 배경 이야기를 해 주더라.
처음 2과목을 넘어서 6과목 쯤을 지나고 나니 (Machine Learning 수업을 막 들은 시점이다),
- 그 때 못 알아들었던 거 이제는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 별로 도움 안 되는 수학 공부에 시간을 버린게 아쉽고
- 수학이 중요한게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이 중요하다는게 뼈저리게 와 닿고
- 파티 다 끝난 곳에 마지막에 남은 것 같아서 좀 아쉽다
는 피드백을 주더라.
실제로 2023년 여름에 2기 학생들 몇몇이 저 학생한테 이미 좀 늦은 거 같다, 벌써 한국에서 발 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해 줬었는데, 그 때도 여전히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을까봐 두려웠단다.
다음 Best Paper of the Year의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이지 않을까 기대가 큰데, 저 학생의 경험담이
당신이 지원하면 떨어질 것 같은 학교
에 굉장히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아 보인다.
가고는 싶지만, 가면 떨어질 것 같으니까, 그래서 좀 더 준비를 해야겠는데, 뭘 더 준비를 해야겠는지 모르니 시간만 버린 것이다.
내가 학위 과정을 MSc AI/Data Science만 운영하는게 아니라 STEM 전공이지만 이름을 MBA AI (Technical track)으로 낮춰서 운영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 스타일로 수학을 쓰면 전멸할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수학을 덜어내서 + 기업 현장의 사례를 잔뜩 넣은 과정을 만들고 나니 이게 학위 과정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모호했기 때문이다.
위의 피드백과 설명을 종합하면,
- 둘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가 있었던 것도 확인할 수 있고,
- 수학 실력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이 핵심이라는 걸 일찍 깨달으면서 학위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고
- 못 살아남을 것 같은 두려움이 저 학생에게는 자극제가 되었던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학위 과정을 잘 마무리해서 뛰어난 인재로 활동하게되기를 바란다.
좋은 학교 증거 요약 정리
- STEM 교육 과정에서 탈락하는 비율이 높은 학교들
- 등록금이 비싼 학교, 장학금이 매우 깐깐한 학교
- 당신이 보는 채널에 광고를 하지 않는 학교
- 당신이 지원하면 떨어질 것 같은 학교
각각의 논리들만 따로 놓고 보면 반박할 사례가 수십, 수백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려고 드는 것은 아니고, 위의 사정들을 고루 종합해보면 원하는 대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에서 정리해봤다.
누구나 다 Harvard, Stanford 같은 명문대를 가고 싶겠지만, 현실과 타협해서, 자기가 갔을 때 인생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교육을 받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은 AI 전문가를 활용 못 하는 나라니, 아시아 다른 지역의 AI 잡마켓을 뚫는 건 어떨까? - Korea - Keith Lee’s Notes → 이 글의 논의와 더불어, 자기에게 잘 맞는 학교를 찾아서 한국 밖의 기회들을 잡는 인재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위의 1~4 항목 중 2번을 돌이켜보면, 역시 한국에서 고급 교육 과정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그만큼 고생을 하면서 고작 21,000 프랑으로 책정한 학비, 심지어 출범 첫해에는 18,000 프랑으로 책정했던 학비도 비싸다는 비난을 얼마나 많이 봤었나.
3번 관점에서 보면, 개인 블로그에 더 이상 한국어로 SIAI 이야기를 쓸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냥 한국에서 받았던 학생들에게 좀 미안해서, [공지] 한국어 서비스는 2024년 3월을 끝으로 종료되었습니다 - Korea - Keith Lee’s Notes 라고 글을 올렸더니, 학교가 망했다 같은 헛소문이 도는걸 해결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영어로 된 글, 긴 글 읽을 Attention span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보다, 한국을 떠나서 매우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될 것 같아서 좀 더 시간을 썼을 뿐이다.
2026년 여름 SIAI 관련 활동 한국어 정리 - Korea - Keith Lee’s Notes → 이 글로 황당한 해석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항상 내 조국이 잘 됐으면 좋겠고, 인재가 쏟아져 나오고, 작은 나라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한국이 길러낸 인재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은데, 고개 돌려 한국 사정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대학들이 정상화되어서 저런 인재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영어 교육이 일상화되어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면 얼마나 좋을까.
더 싸워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그런 악플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싸웠으면 내 조국이 날 키우는데 쓴 비용은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한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테니, 모쪼록 좋은 학교 찾아가서 많이 배우고,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