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학부 수준 전문성으로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업도, 국가도 위태로울 수 있다


Source: Superhuman Labor and the New Meaning of the Master’s Degree | The EduTimes

SIAI의 상위 조직인 Gordon Institute (이하 GIAI)에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써왔던 인도의 모 IT 외주 회사와의 계약을 작년 말에 해지했다.

비단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인도에 줬던 IT 외주 계약을 취소하고, LLM 기반의 AI 도구와 내부 역량으로 시스템을 관리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당시 이 회사와 겪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인도 IT 외주 회사의 눈물겨운 생존기

한국 IT 외주 회사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1개 작은 팀이 개발자 5명 내외, 디자이너 1-2명, 기획자 1-2명, 그리고 팀장, 이렇게 10명 남짓의 팀 정도를 생각하면 무난할 것이라고 본다. (아마 실제로는 1명이 2-3개 업무를 하면서 더 작은 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GIAI가 인도에서 외주 업체를 총 3번을 바꿨었는데, 앞의 2개 회사가 오류 투성이인 코드를 붙여넣다가 나한테 걸려서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3번째 회사는 회사 대표가 1주일에 1번씩 나랑 미팅을 했다. 대표 1명과 부대표 1명이 3개 팀을 운영하는 회사였는데, 매일 팀장 1명이 나한테 어제는 무슨 일을 했다, 오늘은 뭘 한다, 일정이 늦어지는 건 왜 그렇다 등등의 상세 보고를 하고, 대표는 1주일마다 주말에 자기가 코드 점검을 다 했다, 너네 회사에 이런게 필요할 것 같은데 맞냐, 우리가 해 줄 수 있다는 식의 대화가 오고 갔던 것 같다.

그러다 가끔은 답답하면 내가 혼자서 뚝딱뚝딱 해 버리는 걸 보고는 네가 다 해도 되겠다고 농담따먹기 하던 중이었는데, GIAI에서 불만이 많은지 또 외주 회사를 바꾸거나, 아니면 나한테 밤을 새서 그냥 네가 다 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니까, 비용 절감을 했다고 말을 하더니, 실제론 시간 당 단가를 20% 남짓 깎아 줬다. (이미 기본 외주 단가가 한국에서 개발자 뽑던 것보다 저렴했었는데, 거기서 더 깎은 것이다.)

난 어지간하면 이 분들이랑 같이 가야 내가 직접 시스템을 안 봐도 되니 좋을 것 같아서 당시에 LLM들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서 외주 회사 대표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마 자기네도 인도 내에서 계속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되는 걸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긴 하다.

나와 논의를 하던 그 몇 달 동안, 저 팀은 1개 팀에 1명씩 있던 디자이너를 3개팀에 1명으로 줄여버리고, 개발자도 AI로 대체되는 인력을 없애고 1팀에 3명만 남긴 다음, 팀장이 기획을 직접 하고, Figma가 LLM으로 요청만 하면 뚝딱 화면을 만들어주니까, 그걸 활용해서 팀장이 만든 기획을 디자이너가 손을 보는 식으로 인력 절감을 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니 대표가 나랑 대화하면서 LLM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Figma 페이지를 고쳐가며 새로운 기획, 새로운 서비스 확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걸 팀장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인력 투입을 더 줄였다.

개발 쪽으로 들어가도, 어지간한 코드 점검 작업은 일괄 LLM으로 넘겨버리고, 대표가 자주 외주 서비스하는 WordPress, Drupal, Odoo 같은 서비스들은 아예 템플릿을 AI로 만들어서 회사의 포맷을 만든 다음, 기본적인 변형은 AI를 쓰다가 고난이도 작업, 코드 컨벤션에 맞춰 정리하는 난이도 중급 이상 작업들부터 개발자가 투입되는 것도 봤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최적화 작업들이 많았는데, 내 입장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1개 팀이 우리 회사 1개의 요청 사항을 담당하기도 힘들어하다가 1개 팀이 2개 프로젝트를 돌리면서 내부 인건비를 겨우겨우 맞추던 거였는데, 결국 우리가 직접 서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계약을 정리하면서 인연이 끊겼다.

정리하면, 인력을 반으로 줄였는데 업무량을 2배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1명이 4배의 일을 했다고 보면 된다.

단기간에 엄청난 효율성 향상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즘 SIAI에서 내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Superhuman Labour 상황을 현장으로 목격한 사례 중 하나다.

AI라고 불리는 Pattern matching 알고리즘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마치 곧 인류를 멸망시키는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강 인공지능)가 곧 현실화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기에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상황은, 예전에 5명, 10명이서 하던 일을 1명이 혼자서 다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게 얼마 안 남았다’, ‘몇 년 후에 닥치는 일이다’ 수준이 아니라, 이미 2025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고, 지난 1년 사이에는 5x → 10x → 20x 로 1명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와 규모가 더 커지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다시 1년이 더 지난 지금은, 아예 외주 회사도 안 쓰고, 직접 자기네가 IT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소리소문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사례를 포함해서, The Economy가 작은 언론사의 틀을 못 벗어나가다 AI - Economy 특화된 경제 연구소로 거듭난 사례, SIAI 학생들의 RA 사례 등을 묶어서, 오는 9월 23일에 Bett Asia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Source: 2026 Agenda | Bett Asia

SIAI 한국 학생들이 참석하고 싶으면 SIAI 이름으로 추천 해 줄테니 연락하시기 바란다. 비행기/호텔은 직접 내고, 참석비는 무료다.

한국 시장의 한계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인도보다 더 잘하고 있을까?

500명 있던 IT 외주 회사가 인원이 확 줄어서 100명이 됐는데 정작 매출액이 더 늘었다, 회사는 더 잘 나간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종종 전해 듣기는 한다. 그런데,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인도처럼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GDP에 영향을 줄만큼 대대적인 시스템 전환이 일어난다는 정보를 받은 적은 없다. 되려 고구마 100개 먹은 것 같은 답답한 이야기만 듣는데, 지난 10년 간 한국에서 있었던 사정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된다.

문재인 정권 때 AI 교육을 해야된다고 그러면서 느닷없이 코딩 교육 = AI 교육 이라고 포장해놓고 공무원들, 정부 산하 기관들이 수십 조원을 쓰면서 했던 홍보들을 생각해봐라. 그런 홍보들에 세뇌가 되어서는 SIAI에 아래와 같은 종류의 비난 댓글이 국내 각종 커뮤니티들에 최소 수천개는 달렸던 것 같다.

코딩만 배우면 고액 연봉자 된다고 그러는데, 수학 & 통계학 기반의 AI? 그냥 코딩 잘해서 AI 라이브러리 잘 붙이면 되지, 그 딴게 왜 필요하냐?

그 외에도 SIAI는 정말 창의적(?)이고 황당한 욕들을 들어야 했다.

몇 년 전에 안암골 K대에서 운영하는 교내 커뮤니티에서 봤던 댓글도 오버랩된다. 한국 AI 교육 사정, AI 업계 사정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내 개인 블로그에 썼더니 누가 그 커뮤니티에 퍼간 상황이었고, 트래픽이 몰려들고 있길래 당시 K대 출신 인턴을 통해서 그 커뮤니티의 댓글들을 봤었다.

보나마나 수학 못한다는 이야기겠지. 그 딴거 필요없고, 코테(코딩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

그 분들은 요즘 뭐 하고 사실까?

코테를 통과해서 대기업 김부장님이 되어 꿀 단지 하나 차고 편하게 살고 있으실까?

한국이 그간 보여줬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자료 조사를 해보니, 역시 한국은 예상대로 예전에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DT 혹은 DX) 한다고 그러던거랑 똑같이, 이번엔 AI 전환 (AI Transformation, AX) 한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정작 AI 시스템을 정부 돈 받아서 붙여넣기에 여념이 없더라. 정부가 예산으로 하드웨어 망을 전국에 깔던 것처럼, 그저 데이터 서버만 만들면 되는 줄 알고, AI 시스템이라는 걸 붙여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

그럼 이렇게 하드웨어 인프라 깔던 식으로 시스템만 설치하면 뚝딱 AI 전문 기업, AI 전문가, AI 1등 국가가 되는 걸까?

이미 미국, 유럽에서 이런 걸로 조사가 됐다. AI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시스템을 그저 붙여넣기만 해서는 주식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에 AI Premium*이 전혀 붙질 않았다.

*AI Premium: AI 테마로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른 부분만큼의 가치

한국처럼 겉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냉정하게 내실을 따지는 나라들인만큼, 겉으로 포장만해서는 시장이 인정을 해주질 않는 것이다.

당장은 저런 IT기업들이 미디어에 주는 광고비가 있으니 노골적으로 문제제기가 안 되겠지만, 정권이 바뀌고, 해외 시장과 한국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엔 언론도 받아쓰기를 하게 될 것이다.

한국과 글로벌 시장의 격차 - 인재가 없다? 잘못 길렀다!

한국이 원래 이런 나라는 아니었는데, 과거 자료들을 뒤져보면 지난 40년 남짓 동안 이런 경향이 굉장히 심해졌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아래의 OECD 자료를 보자


Source1: 국제성인역량조사 | 한국직업능력연구원
Source2: PIAAC | OECD

위는 OECD에서 지난 2013년, 그리고 2024년에 2차례에 걸쳐 발표한 각 국가별 성인들의 지적 역량을 보여주는 자료 중 2024년에 발표된 2번째 조사 자료다.

그럼 1차 발표였던 지난 2013년엔 어땠나? (출처: PIAAC_Technical_Report_2013.pdf


Source: p454 / 1033, Chapter 18, Figure 18-7, PIAAC_Technical_Report_2013.pdf)

지난 2013년에 발표된 1차 테스트 때까지만해도 한국이 그래도 OECD 평균은 됐다.

그런데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한글로 번역한 2024년도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은 이제 OECD 평균보다 한참 아래인 나라가 됐다.

더 눈에 크게 들어오는건, 위의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진 교수가 설명한 자료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특히 우수 그룹의 비중이 OECD에 비해 현저히 낮았는데 이는 적응적 문제해결력에서 더욱 심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은 우수한 인재가 이끌어 왔다는 믿음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인가?

이건 내가 SIAI로 현장에서 느낀 부분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에서 단군이래 최저학력, 창세기이래 최저학력 등의 수식어가 언론을 뒤덮던 2002년, 2003년을 지나, 2005년 입시부터 시작된 7차 교육과정 학생들의 수준은 이미 충격적으로 낮았었다. 그런데, 201x 학번부터는 SIAI로 한국에서 가르쳐보니 수준이 낮아도 너무 심하게 낮은 거다.

몇몇 경우는 이게 S대 후배들 평균 수준인가? 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는데, 여러 기회를 통해 모교 후배들을 만나보면서 SIAI를 찾아왔던 학생들이 그나마 해외 명문대학 수준의 교육을 찾아갈 수 있을만큼 멀쩡한 수준이었다는 경험을 얻게 된 적도 있다.

반면, 유럽 시장으로 가면, 위의 표에 나오는대로, 북유럽 애들이 수준이 굉장히 높고, 영미권, 서유럽, 중부 유럽, 동유럽에서도 백인 가정 중산층 이상 출신들 (및 중국계 이민자 후손)은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대로 문제 해결력 (Problem-Solving) 능력에서 눈에 띄는 격차를 보여준다.

한국은 동유럽 대비 지식산업 단가가 안 나오는 시장이 됐다

SIAI에서 한국 시장에 괜히 시간 쓰지 말자고 그럴 때, 위의 역량 부족과 관련된 수치와 더불어 구매력이 없어서 CHF 20,000 학비도 비싸다고 욕을 할 정도면, 차라리 똑똑한 동유럽 애들 뽑아서 RA 일 주면서 장학금 주는 쪽이 더 조직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한 쪽은 고급 교육을 따라올 역량이 되는 인력 숫자도 부족하고, 운영하려면 막대한 손실까지 감당해야 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어차피 비용이 나가는 건 큰 차이가 없는데 일이라도 시킬 수 있어서 손해의 폭이 줄어들고, 공부를 곧잘 따라오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변명은 된다.

실제로 동유럽에서 뽑은 애들이 훨씬 더 일을 잘 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찬양이나 한국인이 매우 똑똑하다는 ‘국뽕’ 자료에 젖은 분들은 납득 못하겠지만, 나는 현장에서 이걸 보고 있다. 한국의 Gen Z들의 나태함, 직업 의식 부재, 조잡한 영어 실력에 비하면 배움에 대한 열정, 일에 대한 책임감, 영어 배우는 속도 등등에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당장 The Economy Review 글들이나 The Economy Intelligence 자료들 한 번 보시면 알겠지만, 동유럽에서 평범한 대학 졸업한 애들이 AI 도구들 써서 저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한국은 저런 글 생산은 커녕, 번역 시킬 인력 찾기도 쉽지 않다.

동유럽 학생들한테 받은 메세지들을 보면,

(새벽 4시에) 전날 업무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치고 자는데, 혹시 읽어보고 수정해야되겠다 싶으면 메세지 남겨 놔 달라면서, 오전에 일어나서 고치겠다

내가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롭다, 더 잘 하고 싶은데 이것 밖에 못해서 부끄러워서 잠이 안 온다, 일단 고칠 수 있는데까지 최대한 고쳐 보겠다

같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 직장 다니던 사회 초년병 시절에 내가 평소에 입에 올리던 표현들인데, 난 한국에 귀국해서 저런 열정을 가진 학생이나 직원을 Gen Z 그룹에서 본 기억이 없다. 일 좀 못한다고 지적하니 울면서 나갔던 직원, 공부 못하는 걸 질책하니 학교를 그만두던 학생들만 기억난다.

바로 정답이 딱 나오는 문제가 아니면 혼란스러워하고, 교육 받은 내용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 학생과, 수 많은 정답 중 한 가지를 찾아내고, 자기 정답을 설명하기 위해 논리를 탄탄하게 쌓아올리고, 동료가 쌓아올린 또 다른 정답과 논리를 비판적으로 흡수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문화권의 학생들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굳이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아래의 A급 졸업 논문을 뽑아내도록 하는데 들어갔던 비용과 동유럽 애들에게서 콘텐츠를 뽑아내는 비용간에는 굉장히 심하게 큰 격차가 난다.

한국에서는 연간 10억의 운영비를 쓰면 학비 수입은 많아봐야 5억, 심지어는 1억도 안 되는 상황인데 저런 논문 하나 뽑기 쉽지 않다. 반면 동유럽 학생들은

위의 소논문 하나 뽑는데 들어가는 돈이 100 유로 밖에 안 된다. 교수진이 저런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구성하고, 결과물을 평가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쓰는 것을 포함하면 당연히 전체 생산단가가 커지기는 하겠지만, 학생 GPT를 써서 매우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체계가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한 퍼즐이 학생이었음을 감안하면 한국과 동유럽 사이에서 조직이 쓰고 있는 비용 대비 직·간접적인 수익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The Economy Research에 올라간 위의 Policy Commentary 글 하나 정도 수준 기준으로 750 유로 정도 주고, 월 4개, 연간 48개해서 36,000 유로의 급여가 나가는 프리랜서 스타일 재택근무 잡 포스팅을 본 기억도 얼핏 난다. 학위 요건은 유럽 Research school* 기준으로 석사 학위 이상이었다.)

*Research school: 연구 훈련을 제대로 시키는 대학, 미국 기준으로 보통 Top 100 정도의 학교들이 연구하는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내가 영국에서 받은 석사 학위들 2개 모두 MSc XXXX (Research) 라고 뒤에 (Research)가 붙어 있는데, 영국계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나라들에서 교육을 경험하신 분들은 (Research)가 붙은 학위와 붙지 않은 학위 간의 차이를 이해하실 것이다.

Policy Commentary는 지적 요구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딱 그 정도 학력과 직장 경력, 세상 돌아가는 걸 파악하는 눈을 갖추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위의 OECD 기준 국가별 성인 역량 표를 보고 추론이 가능하겠지만, EU 지역에서 저런 인재를 뽑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고, 그런 콘텐츠를 운영하는 기관들도 많다.

우리 AI MBA 학생들은 학위 중에 배운 걸 RA 업무에 활용해서 좋고, 졸업하면 저런 역량을 사 주는 회사가 EU 어딘가에는 있으니까 취직하기도 좋다. 직장 경력이 4-5년 있는 상태에서 AI MBA를 거치면서 저 업무를 6개월 정도하고 나면, 아마 SIAI 눈높이에 맞는 졸업논문 하나 더 들고 가면 취직을 보장은 못해도 취업 면접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보통 교육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빠르면 10년, 길면 2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한국이 2012년 대비 2024년에 저렇게 응용력이 뚝 떨어지게 나타나는 것은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정책 변화 탓이라고 봐야 한다. OECD급 연구 기관의 글로벌 동등 비교 자료는 아니지만, 각종 교육 논문들을 추적해보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인의 응용력, 사고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3년 말부터 도입된 수능이라는 시험이 학력고사의 암기식 교육 문제를 타파하려고 만들어졌지만, 시험 제도 변화와는 별개로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가 학원가의 암기식 교육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인 입장에서 가장 서글프고 괴로운 점 - 일본은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지?

한국인 입장에서 가장 서글프고 괴로운 점은, 일제 시대 교육을 받으셨던 분들이 만든 교육 시스템이 안착된 1960년대, 1970년대의 교육 과정으로 공부하셨던 세대 때만해도 일본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는데, (당시는 교육이 엘리트 층에만 이뤄졌으니 위의 OECD 사례처럼 전국민을 상대로 5천명, 1만명의 조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는 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일본과는 매우 큰 격차가 벌어졌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일본은 글로벌 최상위권, 한국은 OECD 하위권 국가들 그룹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인터넷 언론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가 된 한국과, 여전히 종이 신문의 감성 및 책 읽기에 몰입하는 일본인들의 생활 패턴간의 차이가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지만, 제대로 조사해보고 연구한 사안은 아니다.)

비숙련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 중산층을 기준으로 해야할 정보가 오염됐을 확률이 높은 미국, 아일랜드 등의 국가들, 국민의 교육 편차가 구조적으로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슬라브 국가들을 제외하면, 상위권 인재들 비중만 놓고보면 한국은 OECD 최하위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 교육이 돌아가고, 1인당 교육비가 글로벌 최상위권인 나라의 숫자라고 추가 설명까지 더해지면 부끄러움은 곱절이 된다.

교육 논문들에서 찾을 수 있는 비공식적인 2000년 이전 수치부터 위의 OECD 1, 2차 조사를 시계열 추이로 보면, 10년 단위로 추락하고 있는 수치들은 한국인은 (멍청해서) 못한다가 아니라,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왜 유전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일본 대비 한국은 저렇게 추락했을까?

OECD의 연구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아래의 정보들을 놓고 한번 비교해 보시라.

  • 한국의 네이버 뉴스 및 커뮤니티들에 달린 댓글들의 길이, 사고력 깊이
  • 야후 재팬의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들의 길이, 사고력 깊이
  • 영어권 Reddit 글들에 달린 댓글들의 길이, 사고력 깊이

눈으로 한번 쓱 보기만해도, 굳이 OECD의 1000페이지 보고서를 읽지 않아도 한국 성인들이 얼마나

  • Attention span이 짧고
  • 생각의 깊이가 얕은지

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들 비교마저도 동의할 수 없다면, 왜 한국 웹툰들이 유럽 시장에서, 심지어 동남아에서도 철수하고 있는지 알아보시기 바란다.

동남아 철수 이유는 내가 아는 부분이 없지만, 유럽 철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한국 웹툰, 웹소설 같은 피상적인 콘텐츠는 유럽인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만화를 즐기는 애들도 일본 망가처럼 작화의 수준과 대사의 깊이, 철학이 모두 받쳐주는 문화 콘텐츠가 되어야 소비한다.

즉 OECD의 저 표는 일본과 유럽이 비슷한 수준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갖고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그리고 SIAI가 한국에서 철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시장이 요구하는 전문성의 수준은 원래도 이상했다

지난 2006년 혹은 2007년 정도로 기억한다. S대의 두레문화관이라고, 사회과학대/경영대 앞에 있는 문화 시설이 하나 있다. 1인 1노트북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던만큼, 학생들이 거기서 공용 컴퓨터를 자주 썼고, 기업들이 S대 학생을 뽑기 위해 면접을 오는 경우도 많았던 곳이다.

난 국내 기업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갈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국내 기업들이 즉석 면접을 하는 걸 한번도 주의깊게 본 적이 없었는데, 우연히 한번 엿듣고는 충격을 먹은 적이 있다. (그 때 이후로 더더욱 국내 기업들의 인사 팀은 무능 Lv.10000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왔고, S대에서 학점도 중간 이상이고, 지원자 분이 사시던 X지역 전문가 업무 맡으시면 잘 하실 것 같은데… 토익 성적이 없네요?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러면… 힘들어요.

아니 영어, 스페인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해서 오히려 걱정해야 할 지원자랑 면접 보면서 토익 성적이 없어서 진행을 못한다고???

(아마 자기들 기업이 원하는 서류를 안 갖춰오면 안 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게 왜 필요한 서류인지는 나 같은 사람은 납득할 수 없지만,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고, 그걸 질문없이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 한국은 정답만 찾는 교육을 한 나라, 시키는 것만 하는 나라니까.)

당시 옆에서 황당한 면접이 진행되는 걸 봤던 당사자 분의 20년 후 현주소는 아래와 같다.

(위의 인재가 한국 취업 시장에서 겪은 어이없고 황당한 사례를 몇 개 더 알지만, 허락을 받지 않고 개인 사정을 더 읊을 수는 없으니 접어두기로 하자. 아마 잊고 싶을 것이다.)

저 대기업이 얼마나 큰 인재를 놓쳤는지 위의 링크를 따라가시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읽으시는 분들도 나처럼 대붕(大鵬)이 한국이라는 좁은 새장을 떠나 넓은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가는 걸 보면서 큰 감동을 느꼈으면 한다.

그 충격적인 면접 이후로 궁금해서 위의 사례와 유사한 사례들 (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 들어온 특례 입학생들)을 몇 번이나 유심히 지켜봤었는데, 우리나라 대기업 면접관들이 비슷한 종류의 질문을 하는 걸 수십 차례는 보고 들었던 것 같다.

전문성 판단 기준이 이상한 이유는 자기들이 전문성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

왜 저런 사건이 벌어지냐면, 저 면접을 보는 분이 저 학생의 영어/스페인어 실력을 평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회사도 그 면접관의 영어/스페인어 실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다 아는 공인된 점수를 보고 평가하겠다는 사고 방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 있질 않다.

S대를 나왔으니까,
XX고시를 합격했으니까,
'유명’하니까

등등의 막연한 근거를 바탕으로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다 남들이 다 그 기준을 쓰는 것 같으니까 그게 맞다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이른바 Wisdom of Crowds가 실력의 판단 기준, 전문성의 판단 기준의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명’하면 잘 한다고 생각하는 건 말을 바꾸면 본인 스스로 상대방의 전문성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뜻, 본인의 무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게

  • 왜 한국인들이 선동에 잘 휘말리고,
  • 왜 멍석말이 전문가들이 됐는지,
  • 한국에서만 시장이 사기꾼 위주로 돌아가는지,
  • 왜 한국만 유별나게 소비자가 사기꾼을 구별 못하는지,
  • 왜 한국만 이렇게 사기라고 서로 욕을 하고 고소장을 날리는지,
  • 왜 ‘뭘 해봤다’ 위주로 남을 설득하려고 하는지
  • 왜 ‘자격증’, '시험’에만 집착하는지

를 잘 설명해주는 부분이기도 한데,

한국 사회가 개개인의 판단 능력으로 상향식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사회가 아니라, 왕/독재자/권력/‘유명’ 정치인이 시키는대로 따라가면서 하향식 민주주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인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Visible factor 1,000개 뒤에는 Hidden factor 1개가 숨어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TOEIC 700점대만 되어도 영어를 그럭저럭 구사하는 편, 800점대면 상당히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왜? 한국처럼 족집게 학원을 다니는게 아니라, 정말 자기 실력대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점수와 실력 간의 격차가 없어서 시장에 정확한 신호효과가 되기 때문인데, 한국이 얼마나 글로벌 시스템을 한국식으로 열화시켜서 활용하고 있는지 잘 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이러니 일본은 OECD 발표 성인 역량 기준 최상위권, 한국은 최하위권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코테를 통과해야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검증이 되고, TOEIC 900점을 넘어야 영어 실력에 대한 검증이 된다. 모두 시험 점수를 올려주는 서비스들이 나와서 정보의 신호 효과가 엉망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코딩 테스트에 해당하는 사고력 테스트, 화이트 보드 순서도 테스트, 논리적인 사고력, 대화 같은 걸로 역량을 평가한다. 훨씬 더 다면적인 평가다.

영어 실력은 5분만 이야기를 해보면 된다. 한국처럼 혀를 굴린다고 영어를 잘 하는게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력, 문장 구사 능력, 손짓, 발짓, 표정 변화 등등을 모두 종합해서 판단한다.

내 입장에서 보기에는 한국의 저런 시험 점수 올려주는 서비스들이야 말로 사기꾼들이다. 토플 시험이 저런 사기꾼을 차단하기 위해서 PBT → CBT → iBT로 진화했고, 중국, 한국 학생들은 iBT 시험 점수가 아니면 인정을 안 해주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시험을 컨닝하는 것이 범죄라고 처벌해야 된다고 주장한다면, 시험문제와 (거의) 똑같은 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들어가서 고득점을 받도록 해 주는 학원은 범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자격증과 시험 점수에 집착하지 않고, 다면평가로 실력을 판단한다면 과연 한국식 학원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을까?

한국에서 공무원 조직이건 대기업 조직이건 글로벌 시스템을 받아들여봐야 열화시켜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 뒤에 있는 인간 전문가 수준의 평가 부분이 삭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왜? 압도적인 다수는 평가할 능력이 없고, 할 수 있어도 조직에서 그걸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인재 채용 절차가 저런데 어떤 고급 인재가 한국 기업들에 들어가고 싶어하겠나?

전문성 평가 기준이 이상한 이유? 사실 한국 시장의 전문성 수준이 매우 심하게 낮았기 때문

내가 직접 겪은 사례를 하나 더 공유해보자.

런던에서 유학하던 중에 국내 S그룹에서 인사 담당자가 와서 밥을 사주는데, 너가 좀 와야 된다면서 한인회 회장 형님이 연락을 해 주셔서 나갔던 적이 있다.

평소에 돈 아끼고 사느라 못 갔던, A-급 정도의 한국 식당에서 한국계 학생 15명~20명이 그 그룹 인사 담당자 2명과 밥을 먹었는데, 공짜 밥을 먹기가 너무 미안해서, 그 분들 계시는 회사 업무에 대해서 내가 Investment Banking 다니면서 했던 관련 프로젝트 하나의 기억을 되살려서 굉장히 많은 질문을 했다. 그 회장 형님이 일부러 날 그분들 바로 옆 자리에 앉힌 건 안 비밀이다.

내 입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글로벌 시장이 한국의 기업들 지적 역량, 기술 수준을 냉혹하게 평가하는 걸 지켜봤으니 속사정을 뻔히 다 알지만, 그 분들은 글로벌 회사에서 자기 회사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니 내가 하는 질문들이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실무를 하는 분들이 아니라 인사팀이었으니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밥 먹고 나가는 길에 갑자기 날 부르더니, 그 날 저녁에 런던 시내에 있는 다른 대학들 사람들과 같이 술 자리가 있는데, 꼭 오라고 해서, 옆에서 한인회 회장 형님이 눈치까지 콱 주시길래, 마지못해 나갔었었다.

거기서도 이번엔 술 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질문하고, 회사 사정을 들어줬다. 그러다 자리를 뜨려는데, 인사팀 관계자가 따라 나오더니, 혹시 대학은 어디 나왔고, 그분들 종사하시는 산업군의 직장에 오래 다닌 거 같은데 어디 다니다 왔는지 알려달라고 그래서, S대 경제학부 출신, D모 투자은행 IBD 출신인데 접대하러 다니기 싫어서 길게 안 다니고 유학 나왔다고 그랬더니 동공지진이 잠깐 있었던 것 같다.

한인회 회장 형님이 그 회사 가기 싫어도 그만큼 얻어먹었으면 지원은 해 드려야 예의라고 주의를 주셔서, 또 회사에 지원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아침 8시에 전화가 와서 2시간 동안 면접을 하더니, 면접 후반부에 영어 인터뷰(?)라며 한국의 S그룹 산하 기업이 글로벌 시장과 어떤 격차가 있고, 해외 진출을 할려면 어떻게 해야되고, 뭘 따져야 하고, 현재 격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라는 질문을 받았었다.

무슨 컨설팅 회사에 1-2달 시장 스캔 해달라고 프로젝트를 주거나, 글로벌 관련 업계에서 10-20년 구르면서 시장 상황을 매우 잘 아는 사람에게 해야할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기습 전화해서 묻는 것이 황당했지만, 한 마디 할려다가 꾹 참고 아는 대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 드렸다.

그 날 전화를 끊으시던 미국 W 모 MBA 출신 분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아니 한국 토종데리고 해외 영업 뛸 수 있다고 그러면 누가 믿겠어

내가 해외 살았던 적이 없고, 한국에서만 영어 공부하다가 석사 때 처음으로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영어 실력이 형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보다 내가 훨씬 더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들에게서나 대답 들을 만한 질문에 내가 영어로 별 무리없이 대답을 하니 충격을 먹었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2차 면접으로 뉴욕까지 갔었는데, 인사 담당자가 내 얼굴을 보더니 면접장에 잠깐 이야기를 해야 된다면서 기다리라고 하더라. 기다리던 중에 그 분이 갖고 있던 면접 성적표를 슬쩍 봤는데, 난 전 영역에 10점 만점이었고, 다른 분들 중에 10점이 하나라도 있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어느 임원 분이 날 더러 술 잘 마시냐고 물으시더라. 난 회사를 꼭 더 키워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인의 위상,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제2의 창업을 이끌겠습니다고 그랬는데, 술을 잘 마시느냐… 음…

음주가무 접대가 싫어서 Investment Banking을 그만둔 사람이 받을 질문으로는, 그것도 대한민국의 업계 1등 회사 임원급에게 받을 질문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해 두자. 음주가무 위주로 돌아가는 Investment Banking을 꼭 들어가고 싶다면서 소주 한 곽을 비우면서까지 제 발로 걸어갔던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원죄라고 생각한다.

1년 후에 한인회 회장 형님께 전해들으니, 그 인사 담당자가 그 다음해에 찾아와서 내 소식을 묻고, 내가 전무후무한 성적을 받은 사례라고 했다더라. (그 날 슬쩍 봤던 그 성적표 일람의 정보가 맞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참고로, 그 때보다 더 일취월장한 지금의 내 영어 실력도 매우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어디가서 발표를 해야되면 항상 문법이 틀린 곳은 없나, 표현이 어색한 곳은 없나 등등을 따져야 하는, 조잡한 수준에 불과한 영어를 하고 있다. 10점 만점을 주고, 해외 영업을 뛸 수 있다? 지금도 부끄러운 수준인데, 그 시절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당시 내가 잠결에 대답한 산업 스캔은 어디가서 욕을 먹고 무시당할 수준의 답변에 불과했고, 솔직히 말해서 The Economy에 올라오는 기사 하나 수준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작 석사 갓 들어와 수학 문제 풀기에 바쁘던 학생이 잠결에 한 답변이 10점이고, 그 정도도 답변 못해서 7점, 5점을 받았는데도 뉴욕까지 비행기와 호텔 비용까지 주면서 면접장에 불러야 했던 인력들로 회사를 꾸려야한다면, 회사 내 인력 사정은 어떨까?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전무후무한 사례… 부끄러워서 어디 말하고 다닐 일도 아닌데, 한국 사정이 이렇다는 걸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공유해본다.

AI 시대, 어지간한 전문성으로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어 힘겹게 버티면서 살을 깎아내고 있는 인도의 어느 IT외주 회사와 위의 국내 기업들 사례를 비교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시간적으로 15년, 길게는 20년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가 한국 기업들과 담을 쌓고 살고 있기 때문이지, 요즘 듣고 보는 사정들을 감안하면, 2026년 현재도 실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 인재의 사고력 수준이 계속 떨어지는 정보들을 감안하면, 현재 사정은 더 악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

석사를 더 하거나, 아니면 전문 교육을 더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데, 위의 기사에서 보듯이, 글로벌 시장은 이제 학부 수준의 전문성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고, 최소한 석사 학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그 외에도 아래 기사에 언급된 영국 사례처럼, 대학교 그만 믿고, 기업들이 자체 교육을 시켜서 더 고급 전문 인력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자주 등장한다.

글 초반의 Superhuman Labour 사례에서 보듯이, 학위 수준이 높지는 않더라도 AI 도구들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1명의 Superhuman일반 Human 5명이 하는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 온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5x 생산성을 내는 인력이 아니라면, 매우 전문성이 뛰어난 인력, 그래서 AI로 대체할 수 없고, 다른 회사 대비 자기 회사의 우월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인력만 쓰고 싶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Harvard, Stanford 나와야 된다는 식의 학벌 위주 사고 방식이 아니라, 기업 내에서 추가 교육을 하고, 적절한 교육을 해 주는 기관들을 찾아다니는 시장이 온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학교가 길러내지 못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교육 매체의 중심이 넘어왔고, 초특급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도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받고 살아남은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위의 영국 사정 설명에도 나오듯이, 잘 모를 때는 학벌 같은 신호 효과가 중요했지만, 이제 기업들도 자기들이 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SIAI가 이 부분을 뚫고 들어가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영미권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고, 한국은 아직도 토익 점수가 없어서 글로벌 최대 경제 전문 미디어의 아나운서로 성장할 인력을 쫓아내는 수준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위의 어느 안암골 K대 학생의 댓글처럼, 한국 대기업이 만든 조잡한 기준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노동법이 보호해주니 대기업 김부장으로 50대 초반까지 꿀단지를 끼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런데, 그 회사들도 결국에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비용 절감에 나서고, 무능한 인력들을 내보낼 것이다. 아니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는 순간, 바로, 즉각,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내보내야 한다. 늦으면 기업이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큰 부채까지 짊어지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 노출된 한국 기업들의 현실

실제로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한국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외하고 보자.)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던 CJ 그룹은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참패했다. 심지어 국내에서 쿠팡도 이기지 못했다. 거기다 일부 연예인들이 글로벌 티켓 파워를 무기로 너무 많은 개런티를 요구한 탓에 드라마가 성공해도 수익이 안 남으니 이제 OTT 쪽에 투자를 안, 아니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 사이에 넷플릭스는 한국보다 더 저렴하지만 시청 시간이 잘 뽑히는 일본, 중국 시장으로 고개를 돌렸고 쿠팡은 K-콘텐츠 시장에 애초부터 깊은 발을 안 들이고, 비용이 절감되는 예능, 스포츠 중계로 발을 돌렸었다.

CJ 그룹이 자금력 부족으로 K-콘텐츠에서 손을 떼고 있고, 이미 CJ 그룹이 겪은 걸 보면서 문화 시장 투자자들이 냉소적으로 바뀐지 몇 년이 지난 상태다.

방송가는 YouTube에 거의 모든 시장을 다 뺏겼고, 이제 정말 숨만 겨우 쉬는 상황이 됐는데, 그 와중에 50대, 60대 인력들은 회사 사정,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여전히 고액 연봉을 요구하고 심하면 파업도 한다. 방송 권력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을 뒤집어 볼려고 무리했던 JTBC는 회사가 휘청거리는 상황에 몰렸다.

군부 독재 시절부터 50-60년간 스크린쿼터까지 해 가면서, 길게보면 해방 이후 80년을 키운 산업인데, 심지어 일본, 중국 같은, 불과 20년 전까지만해도 우리가 한 수 접어야 했던 아시아 문화 강국들을 다 추월하고, 그들이 장악했던 동남아 시장까지 뺏어서 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고 돈 욕심을 내니 정말 단 몇 년만에 이렇게까지 시장이 망가져버린 것이다.

홍콩처럼 영국 식민지를 거치며 영국의 문화와 자본을 이식 받은 것도 아니고, 내전으로 폐허가 됐던 나라에서 아무런 사회적 자본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사에 다시 보기 쉽지 않을만큼, 거의 기적 같은 대성공을 만들어냈었는데, 그 기적도 글로벌 초특급 경쟁자와 인력들의 이기심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에 불과했던 것이다.

얼마나 한국 인력들의 수준이 글로벌 시장 대비 부족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5점, 7점짜리 인력들만 데리고 있어서 속도가 늦었고, 자본 투자는 커녕, 거꾸로 글로벌 거대 미디어와 동등한 초 고액 개런티를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욕심에 휩쓸리며 결국 시장에서 밀렸다. 직원들은 글로벌 경쟁에 맞서 저 앞의 인도 IT 기업 예시처럼 6개월만에 4x 수준으로 역량을 키우고, 배우들은 CJ그룹에게 고마워하고, 항상 어느 시상식이나 CJ그룹 이 X 회장님의 지원 덕분이라고 말이라도 하고 다녔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개런티를 5배, 10배씩 달라?

내가 저 그룹 회장님이었으면 키워주니 기어오른다 싶어서 굉장히 괘씸했을 것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배우들은 CJ그룹이라는 거대한 병풍 없이 혼자 힘으로 Hollywood의 장벽을 뚫어야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이걸 본 다른 기업 오너들이 자기 산업의 유치산업 보호 장벽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려고 할까? 5점짜리 인재들로 10점이 최하점인 나라의 인재들과 싸우려고 할까?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으로 온갖 욕을 먹지만, 독재국가에서 문 열면 무너질 것 같은 산업을 왜 열고 싶겠나?

인건비 위주로 돌아가던 제조업과 최저임금 x2

언론에 나오지는 않지만, 제조업 쪽으로 가면 최저임금이 x2 되면서 생산성 대비 인건비는 폭등했는데, 정작 군부독재시절처럼 유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서비스의 한국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뽑아야 할만큼 한국 Gen Z들 중 하위권 인재들의 업무 책임감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그마저도 최저임금 기준 때문에 단가가 높아져 해외 수출 전선을 넘기 어렵다.

20년 쯤 전에 일본의 어느 신문사가 2035년에는 자기 손자가 중국 기업에 취직해서 연봉을 잘 받는다고 자랑하는 일본 할아버지가 나올 것이라는 비관론 가득한 가상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엔화가 저렇게 폭락했는데도 일본으로 취직을 하러 가야되는 한국인 인재 사정을 보면,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무너졌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내가 한국의 무능함을 싫어할 뿐이지, 한국의 똑똑한 인재들, 똑똑한 인재 후보군들까지 싫어하는 건 아닌데, 같은 유전자 풀에서 일본은 저렇게 뛰어난 인재들을 양성하고, 한국은 이렇게 추락해있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깝고, 답답하다.

인력 수준이 낮은데 어떻게 기술 산업에 도전을 하나

어차피 한국이 전국민의 수준을 10-20년 만에 단번에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나라는 아닌만큼, 현실적으로 매우 전문성이 뛰어난 인력만이라도 급하게 길러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초A급 명문 대학들까지 저렇게 대학의 수준을 유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앞이 깜깜해진다.

얼마나 애들이 수준이 떨어졌으면, 논문도 못 쓰는 애들을 졸업을 시켜주게 됐나? 아무리 논문 수준이 엉망이어도 최소한의 양식이라는게 있지 않나? 이게 무슨 돈 벌려고 만든 MBA 수준도 아니고.

아마 강단에 서고 있는 교수들도 답답하지만 내색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원 연구실 기준을 빡빡하게 관리하니 학생들이 교수 평가 공유하는 사이트에 온갖 비방질, 조롱질이나 한 걸 고소까지 하셨던 프린스턴 박사 출신 모 교수님은 어이없게도 소송에서 패소한 적도 있다. 그런 사정까지 교수 사회에 알려졌는데, 어느 교수가 학생들에게 애정을 갖고 나라의 동량을 키우려고 할까?

저 소송을 담당한 판사는 지엽적인 법리를 따라 내린 판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상상이나 하고 저 판결을 내렸을지 의문이다. 저 소송은 1명의 열정 가득한 교수와 Troll 수준의 대학원생들 및 Troll들로 먹고 사는 웹사이트 간의 소송이 아니라, 국가의 동량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분수령 급의 소송이었다. 청운의 꿈을 갖고 모국에 돌아온 교수들의 의욕을 모조리 꺾어버린 저 판결 탓에 아마 많은 교수들이 한국을 등지거나, 돌아오더라도 학생을 키우는데 큰 관심이 없어졌을 것이다.

Troll 웹사이트를 힘 없는 대학원생들의 소심한 저항으로 치부하고, 괜히 처벌해서 그 웹사이트에 거꾸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인정한다. 그런데, 인재를 키워보려고 노력하는 교수의 열정을 저렇게 희화화하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들불은 더 번진다. 남을 괴롭혔을 때 Consequence가 없으면 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같은 멍석말이 특화 시장에서는 대학원생 수십, 수백명이 모이면 집단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되고, 저 Troll 웹사이트는 사실상 권력 집단이었다는 것을, 그 교수는 권력 집단에 농락당한 피해자였다는 것을 그 판사가 제대로 헤아려서 판단했었을까? 그들은 무력 대신 댓글로 공격한 나치 독일친위대 (Schutzstaffel)였다.

김일성이 1950년 6월 28일에 서울을 점령하자 마자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서울에 남아있는 서울대 교수들을 북한 김일성 대학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는 것을 저 판사 분, 혹은 유사한 재판을 맡으신 판사 분들은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SIAI도 유럽의 여느 대학처럼 논문 기준을 칼 같이 관리 하고, 교육 수준을 글로벌 최상위권으로 운영하다보니 한국의 각종 커뮤니티들에 온갖 음해가 올라왔었는데, 몇몇 사례는 실제로 고소를 해서 법원에서 당사자와 부모님을 만나 본 적도 있다. 부모님은 연신 죄송하다고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고개를 숙이는데, 자식은 끝까지 내 면전에서까지 욕을 하고 자기가 다 맞고, 내가 다 틀렸다더라. 내가 이런 애들이랑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을 체급의 사람이 아닌데, 이런 정신과 질환자들까지 상대해야되는건가는 허탈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던 날이다.

요즘 SIAI에서 시켜서 글로벌 언론들에도 얼굴을 비추고, 위에 쓴대로 9월 말엔 동남아-싱가포르 쪽에 또 홍보하러 나간다. 한국에서 해외 진출하고 싶은 애들이 있으면, 몇 명 안 되지만 키워놓은 인재들이라도 길을 열어줘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게 10명 남짓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한국 인재 수십, 수백, 수천 명이 이득을 보는 구조여야 나도 시키는대로 따라가는게 덜 답답할텐데…

2024년에 탈한국하면서 포기했던 애들, 글로벌 명문대 들어갈 스펙은 안 되지만 그래도 배우고는 싶어할 남겨진 애들까지, 앞으로 10-20년은 더 키워내야 그마나 좀 희망이 생길텐데, 많이 안타깝다. 앞으로 저런 대외 활동을 더 많이 시키고, GIAI 산하에서 키우는 The EconomyThe EduTimes 이름으로도 저런 비학술 세미나들을 하면서 계속 SIAI가 학술적인 지원을 해주는 형태로 운영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미디어 노출을 많이하게 될 것이다. 그럼 더더욱 아쉬울 것 같다. 저 친구들이 나랑 같이 한국을 몇 년 겪으면서 한국 사정을 훤히 알게 됐으니 한국에서는 절대로 저런 행사들을 안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1년에 20-30명씩 만이라도 A급 인재들을 꾸준히 만들어내면 10년 후에는 확 바뀔텐데…

이렇게 눈만 뜨고 나라가 몰락하는 꼴을 지켜만 봐야 하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