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육 ≠ 코딩 교육, 초등학교 코딩 교육은 고교 수학을 초등학생에게 가르치겠다는 무모한 도전

요즘 UAE에서도 한국식 AI 교육을 초등학생에게부터 도입하겠다는 학교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 기업들도 몇 군데 진출한 것 같기도 하고,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 때부터 AI 교육을 해야된다면서 코딩 교육을 해야된다는 회사 홍보 자료도 본 적이 있다.

내 의견을 달라는 곳들이 많은데, 한 줄 요약하면

미쳤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영어로 답을 할 때도

That’s totally crazy.

라고 답변하고 검지 손가락을 오른쪽 귀 옆에서 아래 위로 빙빙 돌린다.

AI 교육하는 대학원 운영하고, AI 기반으로 연구소, 금융 투자 컨설팅, 언론사까지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 같은데, 반대의 주장을 내놓으니 다들 의아해하지만, 그간 내 설명을 들었던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을 할 것이다.

왜 저런 주장을 하냐면, 코딩 교육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할려면 아래의 수학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 행렬 (Matrix)
  • 함수 (Function)
  • 조건문 (If-then)
  • 반복문 (For-Next) - 수열

국가별로, 개인별로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난 저 수학을 고교 1학년 때 배웠다. 30년이 다 지났지만, 요즘도 저 수학을 초등학생이 배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굉장히 똑똑한 학생들이라면 선수학습을 해주는 학원에서 배울 수는 있을 것 같다.

고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 한번 제대로 안 다니던 게을러 빠진 학생이었던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4학년 때 너무 심심해서 동네의 '컴퓨터 학원’을 잠깐 다닌 적이 있다.

GW-Basic 교재를 하나 주고, 한 줄 한 줄 필요한 명령어를 입력해가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수업을 한 3달 정도 들었던 것 같은데, 총 16개 챕터 남짓이 있는 책에서 챕터 11쯤의 제목이 Array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챕터 10까지도 조건문 (If-then)으로 코드를 짜고, 함수(Function)으로 내가 만든 코드 전체를 따로 뽑아서 다른 If-then, For-next 같은 곳에 입력하는걸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는데, Array에 들어가니까 1차원 벡터가 아니라 2차원으로 펼쳐진 데이터를 머리 속으로 상상하면서 코드를 짜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가르쳐주시던 학원 선생님이 초등학교 4학년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면서 이제 포기하고 게임이나 하다가 집에 가라, 쉬운거 예제 줄테니까 그거나 풀어라고 하셨는데, 집에와서 꾹 참고 Array의 개념을 하나하나 익혔었다.

당시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친척한테 LIFO, FIFO를 이용해서 Queue를 처리하는 코드를 설명했었는데, 회계에서 재고 처리할 때 쓰는 개념을 초등학교 4학년이 코드로 만들어놓은 걸 보고 당황하셨는지 친척 분이 충격을 먹은 표정을 지으셨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힘겹게 그 책을 억지로 다 떼고 나니, 그 다음엔 포트란(Fortran)이라는 걸 배워야 한다면서 책을 주셨는데, 챕터 4번을 넘어가니 무슨 수식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걸 나더러 코드로 쳐서 화면에 띄우라더라. 며칠을 붙잡고 있다가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수가 없어서 결국 포기했었다.

당시에 피아노 학원 다니기 싫어서 컴퓨터 학원을 갔었는데, 소나타랑 체르니를 다시 치는게 더 낫겠다고 부모님께 징징댔던 것 같고, 돌이켜보면 Fortran 말고 C언어를 차라리 먼저 배웠으면 당시에 좀 더 길게 학원을 다녔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 때 포기했던 컴퓨터 교육을 6학년 때 실과라는 과목에서 다시 봤었는데,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GW-Basic 혹은 Q-Basic을 이용해서 프로그래밍 하는 과제를 500명 학생이 있는 전교에서 나 한 명만 풀어냈다고 하시더라.

참고로 난 초등학교는 커녕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500명 학교에서 전교 50등 근처를 맴돌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라고는 별로 한 적이 없었다는게 핑계거리일지, 내 친구들은 다들 성적 잘 받으려고 비싼 학원들을 다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게 핑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생각과 내가 받은 성적 사이에 항상 괴리가 있던,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다.

당시 전교 1,2등을 다두턴 애들이 우리 반에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한 명도 If-then, For-next, Function, Array 함수를 다 쓰고, LIFO, FIFO 논리에 맞춰서 Queue를 설정하는 그 문제를 이해하는 학생조차 없었다.

참고로, 그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4명이 과학고 → KAIST, 3명이 과학고 → 의대, 나를 포함한 4명이 외국어고 → SKY, 그 외에도 일반고를 갔다가 속칭 명문대, 의치한약수 등으로 불리는 곳에 간 친구들이 내가 아는 경우 만해도 50명이 넘는다.

인근 이곳저곳 중학교로 흩어졌던 친구들을 어떠다가 2학년 때 봤더니, 그 친구들은 이미 고교 수학을 다 마스터했었고, 수학의 정석 책이 너무 낡아서 3번째, 4번째 사는 경우들도 있었다. 고교 시절에는 대학에서 배우는 선형대수, 미분방정식 같은 저학년 수학이 아니라, 해석개론 같은 고학년 수학을 보던 애들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끝무렵에 지역 단위 경시대회를 쳤었는데, 특별 교육 선발 인원 50명에 꼴등으로 합격해서 가 보니 고교 수학을 하나도 모르는 학생은 나 밖에 없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 천재 후보군들이 모인 동네였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래의 고교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 행렬 (Matrix)
  • 함수 (Function)
  • 조건문 (If-then)
  • 반복문 (For-Next) - 수열

그걸 코드에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난 학원이라고는 안 가고 집에서 이상한 거(?)나 찾아다니던 별종이었기 때문에, 친척들이 보던 이상한 대학 책들(?)만 보던 특이한 애라서 어째어째 풀었지, 나 역시도 주변 환경이 별반 다르지 않고, 부모님 교육 철학이 초중고에서 1점이라도 더 받아야 된다는 내신 위주의 사교육을 받았었다면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난 386DX, 4MB 컴퓨터의 성능을 어떻게든 끌어올려서 486DX, 8MB가 최저 사양이라는 게임을 집에서 돌리려고 매일 밤을 새던 별종이었고, 나 혼자 힘으로 21세기 파일관리자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Q-Basic, C 언어 책을 뒤적이면서 학교 교재, 문제집을 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용 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돈도 없었고, 돌아다니는 무료 프로그램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게 내 어린 마음에는 재미없는 교과서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부는 안 하고 딴 짓만 했으니 학교 성적이 잘 나올리도 없었고, 그런 경험들이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 저런 코딩 문제를 풀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대학을 입학한지도 25년이 지난 친구들이 어디에서 뭘하고 사는지 알 길은 없지만, 아마 그 친구들 대부분은 코딩 관련 교육을 넉넉잡아 1주만 받아도 당시 6학년 때 못 풀었던 코딩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수학 사고 훈련이 무사히 된 덕분에 수능 수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우리나라 명문대에 간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학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엔 위의 포트란 교재를 읽다가 포기하고 도망갔던 내 사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저 남들이 만들어놓은 코드를 베끼고, 라이브러리를 붙이다가 말겠지.

상용화된 프로그램은 위의 간단한 예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은 고민이 담겨야 한다. 괜히 코딩 학원들이 디자인 패턴 같은 이야길 하면서 개발자용 코딩 교육을 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정작 고교 수학을 모르면서 코딩을 잘한다는게 말이 되나? 그저 코드 베끼기나 잘 하는거 밖에 못한다.

더더욱 AI 툴들이 어지간한 코드를 다 짜주는 시대가 온 만큼, 시스템 전반을 디자인 패턴에 맞춰 설계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고민할 줄 아는 개발자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

이런 시대에 부모가 초등학교 4학년에게 아래의 수학을 공부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코드로 풀어내라고 등을 떠밀면

  • 행렬 (Matrix)
  • 함수 (Function)
  • 조건문 (If-then)
  • 반복문 (For-Next) - 수열

그건 부모 자격 실격이다.

이걸 겪고나니 유럽에선 더 이상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시키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미 2013~2016년에 걸쳐 유럽 몇몇 국가들이 실험을 했었다가 지금은 국가 단위의 도전 과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선택 과목으로 그 중요도가 뚝 떨어진 상태다. 고교에서 수학을 배워야 저걸 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시 내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고교 2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3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Cardano의 공식을 Visual Basic으로 풀어내는 과제를 시키셨던 기억이 나는데, 허수가 나오는 조건을 빼먹었던 친구들이 모조리 감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가 쓰던 컴퓨터가 허수 처리를 못해줘서 그걸 따로 예외처리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걸 빼먹으니 시스템이 줄줄 에러가 났었다.

당시 그 수학 선생님이 별종이라서 이상한 걸 가르친다고 애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았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와서 보면 코딩 교육을 먼저 시킨 선구자이면서, 동시에 Cardano의 공식에서 음의 제곱근이 나타나는 경우를 예외처리해야된다는 대수적 개념과 If-then 같은 조건문을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우리더러 알아서 프로그램을 짜라고 했으니 참 못된 선생님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난 당시에 프로그램을 짜 놓고 수학 책에 있는 3차 함수들을 이것저것 넣어보다가 음의 제곱근에서 오류가 나는 걸 보고 고쳐놨었는데, 역시 그 때도 허수 예외처리한 애가 너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 아마 나는 학원도 안 가고, 공부라고는 안 하던 애라서 심심하니까 이것저것 다 넣어봤던 덕분에 운이 좋았던 탓일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영어 단어 외우고 수능 시험 준비해야 되는데 이상한 프로그래밍 시키는 선생님이 싫었으니 음의 제곱근 예외처리를 고민하질 않았겠지.

그 시절 사례를 봐도, 수학 훈련이 어느 정도 된 고교 2학년이면

  • 행렬 (Matrix)
  • 함수 (Function)
  • 조건문 (If-then)
  • 반복문 (For-Next) - 수열

위의 수학을 써야 하는 코딩 문제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단지 예외처리를 해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나처럼 할일 없이 24시간 컴퓨터 앞에서 시간만 때우는 인생을 살고 있는게 아니라면 다른 외부 역량이 추가되어야 프로그램의 오류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대학 입시라는 한국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잣대가 적절한 잣대가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많지만, 최소한 저 잣대를 통과했던 그 친구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는 그런 코딩 예제도 못 풀었다는 것에서, 반면 고교 2학년 때는 좀 힘들기는 해도 코딩 과제를 모두 해결했었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보고 나면 초등학생에게 코딩 교육을 시킨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나처럼 자유방임으로 살다가 고교 2학년 겨울방학부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로 허겁지겁 수능 공부를 시키겠다면 모를까, 제대로 수학 교육을 따라올 수 있는 인재라면, 고교 2학년쯤 되면 어지간한 코딩 과제는 억지로라도 따라올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

그 시대에 교육을 받았다면 나처럼 다른 모든 교육을 포기하고 그저 컴퓨터 앞에서 시간만 때우던 인생이 개발자 트랙을 갔을 것이고, 이제 AI 시대가 왔으니 괜히 컴퓨터 앞에서 쓸데없이 긴 시간을 쓰지 말고, 그냥 LLM에게 제대로 짠 코드가 맞는지 물어만 보면 된다. 아마 카르다노의 공식을 알고 있으면 처음부터 음의 제곱근을 처리하게 코드를 짜라고 LLM에게 시키기만 하면 될 것이다.

시대가 이렇게 바뀐만큼, 고교 졸업할 때까지도 코딩 교육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오히려, 카르다노 예외를 LLM에게 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넓고 깊게 가는 것, 그리고 근본 원리, 구조를 이해해서 제대로 된 업무 요청을 LLM에게 시킬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사실 공학이나 사회과학 등의 대학 전공에서 하는 수 많은 코드 기반 과제들은 머리가 좋은 애들, 수학을 잘 하는 애들이 풀어내지, 챗GPT가 다 해주는 개발자 수준의 과제들을 잘 하는 애들이 풀어내는 과제들이 아니다.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길거리 영어를 배워서 영어로 말하기가 능수능란한 것과 영어로 된 전문 서적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능력인 것과 같다. 길거리 영어 실력으로 대학의 전공 역량이 결정된다면 미국 대도시 뒤편의 슬럼가에서 마약 팔아 먹고 사는 애들이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일본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보다 뛰어난 인재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에서 배우는 Scientific Programming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수학, 통계학 훈련, 그걸 위한 사고력 훈련을 시켜놔야 무사히 고급 교육 과정을 마친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코드 교육이 AI 교육이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 교육을 하면 배우지도 않은 수학을 꿰어 맞추기로 푸는 '얍샵한 능력’만 기르게 된다. 포트란에서 좌절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었던 나처럼, 괜히 못하는 걸 억지로 시켜서 흥미를 잃게 만들거나, 반대로 학원들 장삿 속에 휘말려서 배울 필요가 없는 것들만 열심히 배우면서 시간만 버린다.

지난 2021년, SIAI가 한국에서 대학원 교육을 막 시작했던 무렵,

코딩은 가르쳐주냐?

라고 묻던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런 개발자 전용 교육은 안 한다, Scientific Programming 수업에서 수학으로 데이터 모양을 변형해가면서 계산법들의 효과를 나눠 확인하는데에서 스스로 배우고, 그 이후에는 ML, DL 같은 수업에서 자기가 알아서 치고 올라간다고 그랬었다. AI 가르치면서 코딩도 안 가르친다고 굉장히 황당한 비난을 하던데, 지난 5년 간 일반인들 사이에도 많은 지식이 쌓였을테니 왜 수학&통계학 기반으로 돌아가는 AI 대학원이 학원 수준의 코딩을 안 가르치는지는 이제 납득이 될 것이다.

그런 비난을 하신 분들은 자기가 얼마나 좁은 시야에서 AI교육 = 코딩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는지 늦게라도 깨닫게 되셨으면 좋겠다.

학부 시절에 Matlab으로 과제를 한 이후부터 대학원에서 STATA, Matlab, R 등의 여러 도구들을 썼지만, 어떤 도구를 쓰건 논리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SIAI로 한국에서 대학원 교육을 하면서는 Python 코드들이랑 R 코드들을 여러 차례 샘플로 줬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밑바탕에 있는 수학을 못하면 그냥 베껴 붙이기만 해야 한다.

AI=계산과학의 한 분야 라는 글로벌 S급 대학들 기준에 맞춰 교육을 했더니, 자기가 갖다 붙일 수 있는 코드를 안 준다고 수학 실력이 엉망인 학생들이 우르르 그만두던데, 그 분들이 요즘은

AI한테 물어보면 코드 다 주는데 왜 AI 배우러 갔는지 모르겠다

라고 하는 것도 봤었다. 당신들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때 그렇게 논리를 배우기보다 베껴 붙일 코드만 찾아다니던 분들이 요즘 보고 있는

AI 교육 = 코딩 교육

코딩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된다

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 것 같다.

난 내 자식이 10살 때 코딩을 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면 위에서 언급한 저 수학만이라도 먼저 좀 가르쳐줄 것 같다. 최소한 자기가 무슨 코드를 베끼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테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이 10살에 돈 벌러 나갈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하고 취직할텐데, 괜히 고교 1학년 때 배울 수학을 어릴 때 배우기보다, 수학적인 사고력을 더 길러서 고교 시절에는 카르다노 공식을 보면 주먹구구식으로 모든 숫자를 다 입력해보지 않아도 음의 제곱근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인재로 자랐으면 좋겠다. 10살 때는 코딩 잘 하는 천재였지만 17살이 되면 아무나 다 하는 걸 배웠으면 나이 50대도 아니고 20살에 벌써부터 배운 스킬이 필요가 없는 인력이 되어 버린다.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님들도 잘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니,

AI 교육 = 코딩 교육

이라고 착각하는 한국 일반 대중들에게 이래저래 많이 치이고 살았던 것 같은데, 한국인을 끊고 살면서 좀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가 또 UAE에서 AI 교육 사업하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다시 PTSD가 왔던 것 같다.

Harvard, Princeton, Yale, 혹은 Oxbridge에 자기 학생들 보내는 걸로 명성이 높은 영미권의 주요 사립 초중고들이 코딩 교육 같은 피상적인 껍데기보다 논리적인 글쓰기와 논리의 끝판왕인 라틴어 교육에 집중된 교육을 계속 백년 이상 유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반대로 한국이나 UAE 같은 나라들은 좁은 시야의 지도층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국민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지도 눈에 보인다.

위의 글에 쓴 대로, AI 설치하는 걸로 돈 버는 건 한철 장사에 불과하다. 돈이 좀 된다 싶으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서 1명이 수백개의 회사 시스템에 설치해주고 다니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그 1명이 되는 건 기적이다.

가끔 동유럽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부자 나라건 가난한 나라건 상관없이, 각 나라 별로 사고력이 뛰어난 인재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쫓는 인재들이 공존하고 사는 건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위정자가 시야가 좁은 나라일수록, 사고력이 뛰어난 인재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결국 그들은 자기 나라를 등지지 않으면 날개를 펼칠 수 없다. 반면 그렇게 시야가 좁은 나라들일수록 라스푸틴 같은 사기꾼들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나라가 된다. 아마 SIAI 찾아와서 베낄 코드 찾던 사람들은

글로벌 회사에서 쓰던 코드 베끼면 대기업 취직할 수 있겠지
AI 코드 갖고 있으면 AI 전문가 되는 거겠지

같은 굉장히 편협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코딩 학원들의 선동에 휩쓸렸던 탓일 것이다. 그리고 '코드 몇 줄’로 '대기업 취직’이라는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얕은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소인배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전엔 나만 저런 주장을 한다고 한국어 권에서만 정보를 얻고 사는 티가 역력한 댓글들을 여럿 봤었는데,

위의 기사로 답변이 되었으면 한다.

위의 Superhuman labor 글에서 언급한대로, 남들이 하는 거니까 맞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Wisdom of crowds는 결국 자신이 판단 능력이 부족을 감추기 위해 남의 판단에 의존하고 사는 무능한 인간 군상의 행동 패턴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몇 년간 SIAI를 운영하면서 많은 시간과 자본을 낭비했지만, 그런 무능한 인간 군상의 행동 패턴을 처음 겪어보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는 점만큼은 얻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SIAI의 한국 팀을 운영했었으면 그런 무능한 인간들 & 사기꾼들과 엮이지 않을 수 있었을까?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아예 한국을 끊어내버렸는데, 일도양단으로 끊어내기보다, 더더욱 엄격하게, 더더욱 깐깐하게 상대방을 걸러내는 좁은 길을 택했었으면 결과가 달랐을까?

내가 자본과 조직만 있으면 데려다 쓰고 싶은 인재들을 가끔 동유럽에서 볼 때마다 한국에도 분명히 저런 인재들이 자기 날개를 꺾고 살고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윗 기사에서 일부를 발췌하면

스탠퍼드대의 대표적인 머신러닝 강좌 'CS229’가 확률론과 다변수 미적분, 선형대수를 선수 요건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며, 구글의 머신러닝 집중과정도 대수학, 선형대수, 통계학을 필수 기반으로 제시하고 고급 과정에서 미적분을 권고한다. 행렬 연산으로 데이터를 표현하고 함수로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며 확률분포와 미분으로 오차를 줄이는 현대 AI의 작동 원리가 이 학문층 위에 놓여 있어서다. 이런 수학을 배우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AI 코드를 먼저 가르치면 일부만 원리를 따라가고, 나머지는 예제를 베껴 입력하는 데 그치기 쉽다.

지난 2018년부터 한국에서 내가 목소리를 높였던 설명과 같은 내용이다.

위정자가 좀 말 귀를 알아먹는 사람이었으면 아마 2018년에 내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이 바로 고급 교육에만 AI 지원금이 투입되는 시장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