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가 코딩 전문가와 개발자인 시장과 'AI 감독관', 'Superhuman Labor'인 시장간의 격차


Source: AI Lifelong Learning Must Arrive Before the Skill Gap Hardens | Swiss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요즘 한국 사정 이야기를 들으니 AI 전문가라고 불리는 직군이 아래의 2개로 나뉘어져 있다더라.

  • 개발자, 코딩 전문가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전문가

평소에 항상 이야길 하는대로, 내 눈엔 두 직군 모두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먼저 들면, 첫번째 직군은 건설 현장 노동자를 건축 전문가라고 부르는 꼴이고, 두번째 직군은 건물 안의 시스템 관리직을 건물 전문가라고 부르는 꼴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주로 다루는 부동산 사모펀드가 1조원에 산 건물을 2조원에 매각하면 건축, 건물 전문가일까, 아니면 투자 전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부르면 부동산 투자 전문가일까?

다시 AI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돌아와서, 글로벌 시장 상황을 보면, 위의 2개 직군이 AI 전문가로 인정 받는 시장은 AI라고 불리는 LLM 관련 서비스들을 도입하는 단계, 즉 초기 단계에 있는 문화권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는 금융시장에서 AI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금융시장의 가치 평가가 어떻게 영향을 받느냐는 논문의 요약 발췌본인데, 'AI 전문가’에 대한 내 주장과 맞닿은 부분을 2가지 볼 수 있다.

AI 라이선스 구매한다고 AI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첫번째는 Co-pilot, ChatGPT 같은 LLM 서비스 라이선스를 대량으로 구매했다고 기업 주가가 오르는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 Frontier 모델을 직접 만들고, 그걸 수익화하는데 성공한 기업들
  • Frontier 모델을 '설치’하는 (외주 전문) 기업들

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위의 글 Figure 5와 Figure 6에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저 분들은 금융시장이 AI를 Beta 계산에 포함시켰느냐 여부를 놓고, 즉 Pricing 메커니즘 안에 넣었느냐 여부를 놓고 위의 판단들을 내렸는데,

  • 오늘은 동의할 수 있지만
  • 내일은 동의하기 어렵다

라고 내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Frontier model들이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서 데이터 센터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Frontier model에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서 성장하는 기업들의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된 것은 맞다.

그런데, 어느 시장이건 결국 이렇게 치열한 경쟁, 막대한 투자금이 몰리는 곳은 일정 시점을 지나고 나면 기술 격차, 혹은 인프라 격차 등의 격차가 너무 심해져서 사실상의 자연 독점/과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마 구조적으로 독점은 일어나기 힘들고 과점 시장이 될텐데, 중국 기업들이 증류해서 쫓아오고 있는 모델들을 공짜로 뿌리는 마당에 과연 과점 기업들이 초과 이윤을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보통 오픈 소스 시장이 활성화되면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에서 프로그램을 설치, 관리해주는 쪽으로 수익 구조가 넘어간다.

위에서 말한 Frontier 모델을 '설치’하는 (외주 전문) 기업들이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근데 위의 Figure 6를 보면 알겠지만, 이미 미국 시장에서는 ‘설치(Installation)’ 기업들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독과점의 초과이윤 시장과 별개로, 소프트웨어 외주 기업들이 빠르게 수익화를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 지갑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급하게 'AI를 도입’하고 난 다음엔 어떻게 될까?

Figure 5에서 본대로, 단순히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AI Premium을 하나도 못 받고 있다. 되려 돈만 쓴 상황이다.

같은 상황은 Figure 6에서도 확인된다. 노동 시장에서 ‘Critical think’, ‘Operation analysis’, ‘Science’ 같은 영역은 AI 노출도가 매우 낮다.

Figure 6를 좀 더 폭 넓게 해석하면 당분간 AI에 직접 영향을 받을 조직은 AI를 설치, 운영하는 조직이라는 뜻이고, 아직 시장이 그걸 분석, 응용, 연구 활용에 쓸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당분간 AI 설치하는 개발자,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돈을 많이 벌겠네요?

여기서 내 2번째 포인트가 나온다.

AI 설치 개발자, 프롬프트 전문가는 한 철 장사에 불과하다

둘째, AI 설치하는 개발자,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한 철 장사다.

Figure 6은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가 2024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2034년의 예상치를 발표한 자료다. 10년을 바라보고 예측했는데,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 기업들은 2년도 안 지난 2026년 여름부터 이거 어떻게 써야하냐는 질문을 내놓기 시작한다. Co-pilot 라이선스만 수만 개를 사 봐야 주가가 안 오르는 걸 보고 깨달은 것이다.

지난 7월에 미국 통신사 연합회에 발표한 내용도 이 부분이다.이제 Tokenmaxxing이 아니라 Token discipline을 고민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Token의 진짜 가치를 얻어내려면 단순한 프롬프트 훈련이 아니라 인력 자체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위의 Brookings 기고에 나오듯이, 기업들은 LLM, 피지컬 AI가 현장에 도입되고 난 다음에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제대로 활용하는게 맞는 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인간 노동력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미국, 유럽에서 강의 요청이 오는 내용들도 이제는 TokenMaxxing을 넘어서 ValueMaxxing을 위한 인력 교육, 활용, 채용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담겨 있다.

BLS가 10년 후라고 예측했었던 자료가 채 2년도 못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기업 랭킹 관련 모델을 만들면서 우리가 뽑았던 데이터에 Factor로 붙였던 이름이 AI & Data Implementation 이었는데,

내년부터는 Implementation으로는 해당 Factor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anking 서비스의 구조상 약간 시장을 앞서나가야 하는데, 새로운 종류의 Factor로 이제 Implementation 대신에 AI Monitoring, AI System Management 같은 이름을 달아야 되지 않나고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 인류 역사상 이정도로 많은 돈이 이만큼 빠른 속도로 투자된 사례가 없을 것 같은데, 덕분에 ValueMaxxing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인력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진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의 역량에 따라서 Superhuman labor로 불릴만큼 엄청난 역량으로 일처리를 하는 분들도 나타나고, 반대로 LLM이 전혀 없던 시절과 동일한 방식의 업무 시스템을 고수하는 경우들도 본다. 당연히 결과물의 퀄리티와 속도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다.

올 가을에 초청 받은 AI 교육 관련 세미나들은 하나 같이 교육 시장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던지고 있고, 나한테도 거기에 대한 답변을 세미나 중에 해 주기를 원한다.

교육으로 극복이 가능할까? - 한국 사례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난 교육으로 불가능하고, 결국엔 Superhuman labor 일부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비관론의 가장 강력한 증거는 한국에서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졸업 못한 학생들 후처리에 1년을 더 썼던 2025년까지 내가 SIAI로 겪은 경험들이었다.

우선, 수학적인 개념, 즉 현실의 사례들에서 추상화, 표준화 시킨 개념으로 넘어오는 1차적이 사고 과정에서 이미 걸려나가는 인력들이 너무 많았다. 서양식, 혹은 소크라테스 식의 질문-답변 위주의 교육이 동아시아에서 먹히질 않으니, 한국 시장 인력 수준에 맞춰 좀 주입식으로까지 교육시켜봐도 자기만의 사고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고, 좌절감이 컸다.

그 다음, 그렇게 추상화된 개념을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는 2차적인 사고 확장에서도 또 한번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경험을 겪었다.

딥러닝의 Autoencoder 용어를 빌려오면 Encoding, Decoding 과정에 해당되는데, 강의 노트의 Encoding과 Decoding은 암기하고 있지만, 정작 주어진 데이터에서 Factor를 찾아낼 때 Deep Learning 모델을 수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쌓아올릴 수 있도록 알려준 Restricted Boltzmann Machine (RBM) 같은 걸 전혀 활용할 줄 모르고, 그 전에 과연 이 데이터가 RBM이 필요한 데이터인지 따질 수 있도록 수학적인 근거, 현실 유비추리를 통한 개념 설명들이 일종의 벽치기처럼 튕겨나온 것들을 너무 자주 겪었다.

RBM 같은 단어를 구글 검색하면 나오는, 교과서나 강의 노트를 잘 정리해놓은 것 같은, 블로그 수준의 지식은 쌓이지만, 정작 그 개념이 Factor Analysis를 Multi-layer로 확장하고 Bayesian 방식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라는 논리적 확장에서 한계를 겪은 것이다. 피상적으로 개념은 이해했지만, 추상화가 매우 빈약하게 된 상태였던 탓에, 정작 데이터를 만났을 때 쓰지를 못하고, 교과서 속의 지식으로만 남았다.

한국의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니 대학원 가봐야 소용 없다, 배워봐야 쓸모 없다는 이야기들이 기업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것이다.

고작 수십 명 남짓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놓고 한국에서 해 보니 안 되더니, 그래서 안 될 것 같다는 식의 위험한 결론을 내리고 싶진 않다. 다만, 한국 사회가 일제 강점기부터 지난 100여년 간 해왔던 기술 개발이 기초 과학 역량, 추상화를 활용한 활용 역량으로 올라선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해 놓은 것을 베끼면서 올라왔던 것을 감안하면, 그런 한국 사회의 문화가 학생들의 미진한 성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사한 교육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 AI로 대체되는 인력들만 대규모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까지는 AI 전문가라고 불렸지만,

  • 코딩 전문가는 AI가 대부분의 코딩을 다 해주는 시대
  •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AI가 어떻게 프롬프트를 짜라고 알려주는 시대

가 되면 AI에 대체되는 전문가가 되어 버린다.

반대로 자기 힘으로 추상화를 해 내고, 그 추상화의 결과물을 활용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사고력은 AI가 대체 못하는 전문가가 되는 기반이 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교육을 한국에서 2021-2024년 (및 추가 1년)간 해봤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준의 결과물을 내는 학생들은 전체의 1/4이 채 되지 않았다. ( [공지] 한국어 서비스는 2024년 3월을 끝으로 종료되었습니다 - Korea - Keith Lee’s Notes)

AI로 대체되는 전문가, AI가 대체 못하는 전문가

위의 AI 전문가 논리로 다시 돌아와서, AI 도구들을 도입하면서 이제 그런 시장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위의 기고글에 언급된대로, 피상적인 개념만 이해하는 일반 MBA 수준으로는 AI를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왜? LLM 모델들은 MBA 수준에서 나온 결과물들 정도 따위는 다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반 MBA 출신들이 모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MBA가 STEM 수준의 사고력 훈련을 시키는 곳이 아니라, 상식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일반 교육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SIAI가 AI MBA를 굉장히 탄탄한 STEM 기반 교육 과정으로 만든 것이다)

때문에 노동 시장이 AI로 대체되는 않는 인력AI를 활용해서 더 많은 결과물, 더 고급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Superhuman Labor를 요구하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결국 LLM이 뱉어낸 결과물을 빠르게 이해하고,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기업들이 급여를 주고 싶은 인력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이해할려면?

  • 관련 지식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 관련 경험치가 탄탄하게 쌓여야 한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려면?

  • 추상화 수준에서 Encoding, Decoding 작업이 되는 인력이어야 한다

한국이 항상 미국의 주요 기업들보다 따라가는 속도가 늦지만, 몇 년 안에 AI 전문가라고 불리는 직군이

  • 코딩 전문가, 개발자
  • 프롬프트 엔지니어

에서 한 단계 이상 진화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시장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릴 것 없이 바뀌고 있다.

  • 수준 낮은 변호사: AI보다 못한 변호사
  • 수준 높은 변호사: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초A급 변호사

이렇게 2분화되어서 AI로 대체되는 인력들에 대한 노동 시장의 수요가 싹 사라질텐데, 그럼 잉여 인력이 된 분들을 어떻게 해야 Superhuman Labor로 진화시킬 수 있을까?

결국 답은 인간이 지금까지 문명을 만들어 온 가장 근본적인 역량인 사고력으로 귀결되는 것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AI 감독관에 대한 시장 수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AI 감독관, 혹은 AI 관리자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피지컬 AI로 가득한 공장을 관리하는 인력은

  • 로봇이 고장 났을 때 바로바로 수리가 가능하고 (mechanical engineering)
  • 로봇을 효율적인 공정으로 배치하고 (ergonomics)
  • 로봇이 만들어 낸 최종 결과물을 점검하고, 품질 결함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저런 역량을 예전엔 공학 안에서도 기계 공학, 산업 공학 등등의 다양한 학문이 나눠서 연구했고, 보통 기업들에서 공정 효율 배치 같은 Ergonomics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학부 수준이 아니라 대학원 수준으로 많은 연구를 했던 인력이었들이었다.

로봇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학 모델을 담은 시스템을 써서 최적 배치 결과물을 자기가 직접 만들어내던 작업이 대표적인 예시일텐데, 아마 여전히 산업 공학 연구자들이 할 업무이긴 하겠지만 예전처럼 데이터 확보와 수학 모델 설계, 시뮬레이션에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배치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미세 조정을 하는 쪽으로 업무가 옮겨가게 될 것이다.

왜? 사람을 쓰던 시절에는 데이터 확보 하려면 센서 부착부터가 난관이었지만 지금은 로봇에 센서를 넣어서 출고한다.

사람을 쓰던 시절에는 저 정도 고급 수학 모델을 설계하는 인력을 뽑으려면 엄청난 임금을 주거나, 아니면 외주를 부탁했어야 했다.

역시 사람을 쓰던 시절에는 현장 상황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하고, 모델 조정을 위한 Calibration을 하는 작업도 간단한 업무가 아니었다.

그러나, 로봇 도입으로 시스템 자동화가 어느 정도 되는 순간까지 필요했던 인간은 그 이후에는 대부분 쓸모가 없어진다. Calibration은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으면 버튼 몇 개만 눌러서 마무리가 된다.

아마 공장에서는 버튼 몇 개 누르고, 로봇 수리하는 인력만 유지할 것이고,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 및 로봇을 판매하는 업체에서도 저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인간 노동력 및 AI 노동력을 결합해서 공장 사정에 맞춰 변형하는 업무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을 쓰고 있는 내 머리 속에 어떤 식으로 모델이 만들어져야겠다는 것이 돌아가고 있으니, Ergonomics로 잔뼈가 굵으신 연구자 분들이라면 나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생각을 하고, AI 도구들의 도움을 받아 굉장히 쉽게 시스템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 전문가가 없는 시대, AI 활용이 일상인 시대, AI 전문가란 실제 AI를 만드는 사람인 시대

AI 전문가라는 표현은 실제로 AI라는 계산과학의 한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 분들, 그리고 그 연구 결과물을 실제 데이터와 결합해서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께 돌아갔어야 한다.

한국 시장 자체가 기술 개발보다 기술 활용 및 도입에 초점이 맞춰진 시장이다보니 용어가 잘못 쓰이고 있는 것 뿐이다.

아래 하나 예시를 들어보자.

지난 6월에 아래의 글을 이곳 블로그에 썼는데

저 글의 기반이 되는 Prediction Market 관련된 논의를 SIAI 내에서 오랫동안 했었다.

SIAI가 단순히 AI 교육이나 컨설팅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기관으로 성장해야하지 않겠냐, 그런데 단순히 Frontier model 만드는 걸로는 데이터 소싱이나 토큰 비용 쫓아가는 것부터 불가능한만큼,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보자는 측면에서 SIAI Labs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중이다.

AI 도구를 어떻게 좀 더 학술적인 도구를 넣어서 활용하느냐, 우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프로젝트인데, 그 중 하나로 Prediction Market에서 본 인간의 행동을 어디까지 정보로 활용하고, 어디까지 노이즈로 볼 것이냐가 우리의 관심사다.

이미 블로그 글에서 밝힌대로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Factor를 역추적하고, 그 Factor 간의 상관관계가 변하는 것을 잡아내는 것은 수학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행동 패턴의 어디까지가 정보인지를 걸러내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

여기에 대해서 위의 SIAI Science Review 글에 Reference로 언급된 Charles Manski 교수님(Northwestern University)이 얼마전에 우리 글을 잘 읽었다면서 메일을 하나 보내주셨는데,

  • 다양한 인간들의 행동 데이터에서 정보를 추출한다는 것이 (the wisdom of crowds) 결국에는 자기 혼자 1개의 점을 추출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 낸 점들을 평균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Jensen’s inequality)이라는 믿음에 불과하다

는 내용이었다. (참고 논문: Interpreting Point Predictions: Some Logical Issues | Foundations and Trends in Accounting | Emerald Publishing)

(정확한 해석이 아닐 경우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일면식이 없는 분이 보내주신 메일이고, 그간 이 분의 연구를 추적한 것이 아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만, 저희에게 큰 깨달음을 주셔서 고민 끝에 글에 추가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저렇게 이야기들 하니까, 그 말들을 다 결합해보면 대충 맞겠지~

라고 좀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난 몇 년간 한국 대중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그걸 바탕으로 누군가를 힐난해서 쫓아내버리는 사례 (ex. 백X원 대표)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이 만들어 낸 평균 정보가 Fact보다 Fake에 더 치중된 상황이고, 이게 평균이라는 이유로 시장의 주류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평균 정보, 혹은 주류 정보가 된 상황에서 현재 가격을 적정 가격이라고 믿어버리면 Fake를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한다. 대학원에서부터 Integrated Intelligence가 내 연구 주제였는데, Integrated Intelligence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느꼈던 지난 10여년 남짓 동안 사고의 프레임을 못 찾았는데, Jensen’s inequality라고 정의를 하니 생각이 확 정리된 느낌을 받았다.

이걸 Kalshi, PolyMarket 같은 Prediction Market 서비스들에서 책정된 '가격’이 항상 Fact인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Fake 정보에 따라 '가격’이 선정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짧은 메일에 Wisdom of Crowds와 Jensen’s inequality만 보고, 알려주신 논문 하나만 보고 해석한 것이라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가 SIAI Labs에서 고민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보만 쓰고 있는 서비스는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Fact와 Fake, 혹은 '정보’와 '노이즈’를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 Meme 주식처럼 우르르 달려드는 도박판이 낳는 왜곡된 정보를 어떻게 분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풀어내야 시장의 기존 서비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떄문이다.

Meme 주식, 노이즈, 도박… 이런 단어들이 모두 같은 행동 패턴을 설명해주는 단어들인데, Jensen’s inequality로 나타나는 나의 평균 vs. 시장의 평균 차이 값만 볼 것이 아니라, Meme 주식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이 낳은 정보량과 상식적인 투자자들이 만든 정보량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격’이라는 1개의 Factor 뒤에 숨은 N개의 다른 Factor들을 찾아내는게 저 서비스의 도전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논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보내주신 논문 덕분에 우리가 문제로 파악했던 현상을 추상화할 수 있게 됐고, 이제 우리 방식으로 좀 더 업그레이드는 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다.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Meme 주식에서 Meme 부분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서비스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한 가지만 정리해보자.

이런 연구 역량 없이 만들어진 Kalshi 같은 서비스들은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는 Meme을 만들어내야 성공하는 사업이다. 아마 좀 귀찮기는 하겠지만 어지간히 개발 훈련이 되면 서비스도 만들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서비스 홍보로 사업을 키우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 두루 알려진 Kalshi 수준이 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리 같은 연구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그간은 저런 개발, 마케팅 인력 부족, 자금 부족으로 도전을 못했다. 그런데, 이젠 LLM을 적당히 쓰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최소한 기술적으로는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있겠지만, Kalshi가 만들어지는데 필요한 100개의 퍼즐 중에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30, 40개의 퍼즐은 큰 노력 없이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우리가 우리의 퍼즐을 풀어서 우리 방식의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이 길도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여기까지 가능성을 보고, 우리의 연구 역량을 보고, SIAI Labs 해 봐도 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단 큰 돈 안 들이고 쉽게쉽게 서비스 실험, 연구 테스트를,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