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2개 기사는 내가 왜 2023년부터 한국을 포기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8년부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코드 복사 수준의 AI 교육, 그런 코드 복붙하는 개발자들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탄탄하게 훈련이 된 STEM 석/박사들이 이 시장을 이끌고, 단순히 딥러닝 네트워크 구조 바꾼 걸로 논문 냈다면서 학회하는데다가 세금으로 지원해줄 것이 아니라, 수학 모델링에서 난제를 풀어내는 인력들에게만 세금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정말 수백번을 강조했었다.
자기들이 그렇게 못하는데도 ‘AI’ 타이틀을 달고 있는게 부끄러워도 시원찮을 판국에, 나한테 온갖 힐난을 다 했고, 답답해서 해외까지 나가서 대학을 세워왔더니 가짜 대학이라는 음해 공작성 댓글들만 우르르 달리는 걸 보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던 시절이다.
그 시절부터라도 위의 일본 축구 사례처럼 기본기를 닦고, 실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데 나라 전체가 역량을 쏟았으면 삼성이 저렇게 해외 기업에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거꾸로 우리가 최소한 프랑스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네이버가 한국 트래픽을 장악했듯이, 한국어 LLM 시장만큼은 자체 역량으로 서비스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2021년 겨울, Stanford 급의 대학들에서나 가르치는 Computational cost vs. data/model transformation의 trade off를 가르치고 그걸 시험 문제로 만든 걸 예시로 공개해놨더니, ‘경제학 가르친다’, ‘지까짓게 뭘 AI 안다고’ 같은 댓글들이 달리는 걸 보면서, 내가 이런 인간들에게 저런 고급 정보까지 제공해줘야하나는 황당함을 느꼈는데, 그렇게 나처럼 엮이고 싶지 않으니 떠나간 사람들을 다 붙잡았으면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내가 그런 기대를 완전히 접었던 2023년의 어느 무렵, 유럽 애들은 내가 석사 유학을 갔던 명문대 뿐만 아니라 2군급으로 묶이는 대학들에서도 기초가 탄탄한 훈련을 받는 걸 보고, 한국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은 매우 컸었다.
이렇게 한국을 등지고 떠나는 날 더러 '매국노’가 됐다고 하던데, 내게 한국을 포기하도록 만든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다. 고급 수학 훈련을 받은 글로벌 티어 인재가 아니라 엉뚱한 개발자 그룹에나 투자하던 정부와 기업, 해외 나가서까지 대학 만들어 오니 가짜 대학이라고 댓글로 음해 공작을 거들던 국내 커뮤니티들, 그리고 돈 주고도 못 배우는 Scientific Programming을 가르치니 그걸 내 학부 전공이었던 경제학 가르친다고 황당한 껍데기를 씌울 줄 밖에 모르던 악플러들.
유럽이 요즘 중국의 저가 테크 상품 공습에 시달리면서 당장 수익이 안 나는 R&D부터 사업을 접는 경우들이 많다. 보통은 자원이 없어지거나, 전쟁이 터지거나 등등의 외부 변수로 R&D가 중단되는 Negative productivity shock이 오는데, 거꾸로 저가 시장 침투를 이기지 못해 Negative productivity shock을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걸 보면서, 여기도 비전이 없구나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당시 한국도 개발자들을 다 자르고 수학 훈련을 받은 A급 인재들을 마지막까지 끌고갔어야 위의 모 기업 예시처럼 라이선스나 사서 쓰는 하청 업체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유럽도 요즘 마찬가지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술 도전을 포기하는 걸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1-2년 안에 유럽이 선택지를 바꾸지 않으면 그렇게 떠난 사람들이 유럽을 영원히 등지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 자식에게도 고급 교육을 시키지 않고, 대학들이 그런 교육을 포기하고, 그러다 결국엔 그런 기술 기업이 다시 생기지도 못하는 토양이 된다. 영원히 기술 선도국의 하청업체, 라이선스나 구매해서 써야하는 국가로 추락하는 것이다. 나라가 2류로 떨어지는 것이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중국이 저렇게 막대한 정부 부채를 짊어지면서라도 자국 테크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제대로 길을 잡은 만큼, 정치적으로 엉뚱한 사건만 일어나지 않으면 이대로 20년이 지나기 전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일본이 수많은 부분에서 2류 국가로 추락하는 중이지만, 야구, 축구 같은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를 보면 여전히 1류 국가의 전통을 유지하는 부분이 남아있고, 한국 같은 2류 국가들이 영원히 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겠구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이치로의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생각을 못하게 해 주겠다던 그 발언이 정말 불편했는데, 이젠 30년이라는 숫자 제한이 무의미 해 보일 정도다.
한국/일본에서 AI/Data Science 대학 교육을 확장하는 이야기가 조직 내부적으로 나올 때마다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한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이런 인재들을 고용해 줄 역량이 없다는건데, 일본이 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 돌아가는 걸 보면, 인연이 닿기만 하면 외부 힘이 없어도 자기 힘으로 풀어낼 수 있는 희망은 있는 나라구나 싶다.
위의 어느 축구 선수는 일본이 잘 하는게 화가난다고 하던데, 자기가 후배들 키우고 나라 축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었으면 저런 질투심이 생기는 걸 이해하겠지만, 사실 질투할 문제가 아니라 부러워하고, 지금이라도 쫓아가서 배워야 하는 문제 아닌가? 난 일본이 저렇게 기초부터 탄탄히 올라가서 영미권에 도전장을 내미는걸 보면 부럽기만 하다. 나한테도 저런 지원이 있었으면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을텐데…
한국은? 글쎄다. 난 한국은 이미 열차가 떠난 나라라고 본다. 한국인 중에 그나마 역량이 있는 인재들이 있다면, 요즘 미국에서 H-1B가 안 나오니 테크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아시아 사무실을 만들던데, A급 인재라면 그리로 탈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유럽 애들도 싱가포르에 많이 가던데, 자기 나라 인재가 자기 나라를 등지는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건 그나라 국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지, 누구 하나의 책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탓에, 내가 유럽을 보는 시선도 한국을 보는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