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그 회사, 몇 명 있나요?'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시대

지난 7월에 참석한 베네치아 학회에서 만난 런던의 모 액션 탱크 관계자가 우리 조직의 경제 정책 연구소 겸 언론 매체인 The Economy 웹페이지를 둘러보고는,

이 정도 조직이 굴러갈려면 콘텐츠만 최소 30-40명, 그 외 기능까지 감안하면 100명 정도는 있을 것 같다

는 표현과 함께,

그런데 AI 연구 조직이 뒤에 붙은 Think Tank라면 핵심 인력 이외에는 모두 AI로 대체했을 것 같다

는 표현을 덧붙였었다.

돌이켜보면 매번 뭘 하자고 주말에 회의를 하고나면 괴로운 1-2달을 보내면서 새로운 주제를 뚫어냈는데,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 다음은 자동화 작업이 꼭 진행됐었다. 자동화가 안 되는 작업은 애당초 잘 안 할려고 하는 것 같고, 인력은 정말 자동화가 불가능한 업무, 꼭 필요한 곳에만 쓰는게 전체적인 조직 방침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은 Gordon Institute로 조직이 재구성된 Gordon 가문 (조직도)과 SIAI 사이에 협력을 논의하던 시절부터 그들이 원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자기네들은 돈과 유럽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우리는 지적인 콘텐츠와 시스템 운영 능력을 갖고 있으니, 각자의 브랜드를 위해서 힘을 모으자는 거였는데, 그런 이야기가 처음 나온지 3년이 지난 요즘, 당시 나왔던 이야기들이 우리의 일상사가 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직 성장의 5단계

지난 몇 년간 내부에서 조직이 이런저런 경험치를 쌓으며, 그리고 열심히 주워들으며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조직이 성장한다는게 아래의 5개 단계 정도를 거치는 작업이라고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Creation - 조직 특성에 맞는 콘텐츠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실제로 소비자가 인식하게 만드는 단계
  2. Validation - 해당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상품을 써 보고, 이거 좋더라며 평가하는 단계
  3. Recognition - 안 써 본 사람들도 이게 좋은 거라더라고 알게 되는 단계, 관계자들이면 아는 단계
  4. Adoption - 이걸 알고 있고, 써 봤고, 내가 갖고 있는게 자랑거리가 되는 단계
  5. Influence - 그 조직의 상품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단계

The Economy나 SIAI나, AI기반 경제/정책 연구소 + 언론매체, AI 연구소 + 대학이라는 측면에서 닮은 꼴이 많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많이 주고 있는데, 요즘 우리 회의 내용을 보면 확실히 1단계는 완전히 종료된 것 같고, 2단계와 3단계를 열심히 밟아 나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SIAI의 성장: 2.Validation에서 3.Recognition으로

예를 들면, SIAI 산하의 SIAI Research 운영하는 Working Paper, AI Memo, Science Review 같은 콘텐츠들은 1.Creation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트래픽만 놓고보면 일반 주제에 해당하는 Science Review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정작

  • SIAI 조직 이메일이나 작성자 이메일로 연락이 오고,
  • 어느 기관에서 그걸 레퍼런스로 쓰고 싶고,
  • 세미나/컨퍼런스에 초청이 오고,
  • 논문 지도를 해 달라고 연락이 오는 사건들

은 모두 Working Paper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AI 주제로 SIAI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것으로 보이는 분들은 Working Paper를 1분도 읽지 않고 논문 모양만 보더니 나가버리고, AI Memo를 1-2개 정도 읽고는 홈페이지를 떠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안타깝지만 비슷한 스타일로, 한국에서 우리 학생들 졸업 논문 쪽으로 트래픽은 굉장히 많은 편인데, 10분 이상 머무는 트래픽은 거의 없다. 안 읽는다는 뜻은 아니겠지?)

내가 그간 한국 시장에서 경험한 내용은 고작 Google Analytics로 본 사용자 방문 패턴 밖에 없었는데, Working Paper에 대해서 피드백이 오고가는 방식으로 요즘 미국/유럽에서 겪고 있는 내용은 들어본 적조차 겪어본 적이 없었다. 저걸 요즘 겪으면서 알게 된 건데, 저게

  • 2.Validation

에 해당하는 부분이더라.

2. Validation

위에 한국어로 정리된 내용, 그리고 9월 말쯤에 정리할 내용들로 몇 가지 스포(?)를 하면

같은 내용들을 영미권에서는 연구 조직에 대한 2.Validation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더라. 난 이런걸 Validation이라고 부르는 것도 처음 알았다.

Validation에 대한 이해를 정리를 해보면,

  • 개인 차원: 좋아요, 별 5개를 많이 받는 것,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많은 것
  • 연구소, 학술 기관: 논문 레퍼런스, 학술 행사 초청, 학술 공동 작업 활동

같은 식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Recognition

그럼 3. Recognition은 어떻게 만들어내는걸까? 내년 여름에 Zurich에서 학술 관계자들 모아놓고 아래의 주제들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인데,

  • 유럽이 AI 시장의 어떤 Value chain에서 주요 공급자가 될 수 있고, 거기에 맞춰서 AI 교욱 인력, 연구 인력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AI가 기업 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 AI가 투자자 행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

저런 행사를

  • 무사히 치를 수 있는 역량이 있고,
  • 저 내용이 멀리 퍼져나갈 수 있을만큼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장소가 되고,
  • 영향력이 있는 학자, 전문가들이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곳이 되고,
  • 그걸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매체 및 관계자들을 불러모을 수 있으면

된다고 하더라. 지난 7월에 내가 방문했던 베네치아의 학술 행사가 딱 3. Recognition 단계에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분들은

  •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갖춘 유서 깊은 유적지에서 (평소에 다른 학술 행사도 많이 하는 곳이다)
  • G7 국가에서 재무 장관을 했던 학자 겸 정치인이 기관장으로 있는 곳이고
  • 벌써 3번째로 인류 발전이라는 주제로 학술행사를 치른

분들이 됐다. 이제 4. Adoption이 그분들의 다음 목표일 것이다.

SIAI와 비교해보면, 우리는 유적지도 없고, 재무 장관 출신 기관장도 없기 때문에 더더욱 1. Creation와 2. Validation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근데 순수하게 학술적인 주제만 놓고보면 이미 1.Creation에서 우리가 이미 열심히 써 놨던 내용이고, The Economy를 통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미 1. Creation 단계부터 3단계에 할 부분들이 어느 정도 결정이 나 있었던 것이다.

AI가 투자자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의 경우는 Integrated Intelligence, 혹은 Wisdom of Crowds에 대한 그간 여러 포스팅을 보면 짐작을 하겠지만, 박사 공부하러 가던 시절부터 내 연구 주제였고, SIAI Labs 프로젝트로 2027년 하반기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도 있다.

4. Adoption

그럼 4. Adoption은 뭐냐고 물으니 그렇게 만들어 낸 콘텐츠와 서비스들을 사람들이 자랑하면서 쓰게 되는 거란다. 아마 5. Influence 단계는 단순히 몇 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일 것 같은데, 안 물어봤다. :smiley:

요즘 Validation이 진행되는 속도들을 보면, 2027년 하반기 정도면 SIAI는 2. Validation 단계 후반부, 3. Recognition 단계 전반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도전적인 목표를 상정해 볼 수 있다.

SIAI Labs로 운영하게 될 Wisdom of Crowds 기반 프로젝트의 성패가 3. Recognition과 4. Adoption 단계를 얼마나 빠르게 통과할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것 같은데, 앞으로 한 2년간 또 열심히 회의하고 갈아엎고, 회의하고 갈아엎는 일을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이어지겠구나 싶다.

The Economy의 성장: 2.Validation에서 3.Recognition으로

그럼 The Economy의 성장 궤도는 어떻게 될까? 우리 SIAI가 위에서 본 2. Validation을 2021-2024년 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통과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The Economy를 통한 파급 효과 덕분인데, 우리는 The Economy에 무슨 시너지를 주고 있을까? 무작정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노동력만 제공한다고 시너지가 나는 건 아닐텐데? 이건 기껏해야 1. Creation에 불과하다는 게 이제 눈에 보인다.

우선 시너지보다 이 분들이 2. Validation을 뚫고 있는 부분을 잠깐 살펴보자.

2. Validation

이 부분이 참 재밌는데,

위의 3개 글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기들이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데, The Economy Review에서 외부 기고문을 받는 것 같으니까 받아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와서 진행이 됐다.

역시 이런 건 한국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마냥 신기한데, 한국에서였으면 아마 언론사들이 저걸 홍보라고 생각하고 돈을 달라고 했거나, 저렇게 기고문을 쓸려면 대학 교수여야 된다는 식으로 뻣뻣하게 나왔을 것 같다.

그런데, The Economy 쪽은 아예 생각이 다르더라.

우리가 매우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으니, 거기다 좋은 콘텐츠들만 받아주고 있으니까 저렇게 자기가 전문성이 있는 분들이 자세를 낮추고 연락이 오는 것이다, 저 분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우리 스타일에 맞도록 디자인, 교열 작업만 진행하고 발행해주면, 저 분들이 알아서 여기저기에 뿌리고 다닌다, 그럼 우리는 콘텐츠도 얻고, 홍보 효과도 얻는다는 반응이었다.

덕분에 요즘 The Economy 관련 검색을 해 보면 우리 조직이 만든 콘텐츠들도 물론 많지만, 저렇게 다른 조직에서 우리에게 콘텐츠를 준 분들이 알아서 홍보해 놓은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Wired에 기고 중이라는 어느 프리랜서 기자는 우리 기자에게 상세한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있는데, 기자가 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건 또 처음이라 신기했던 기억도 있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내용이라 관심없이 지나가는데,

위의 기고문 같은 경우는 한국 백종원 대표에 대한 영문 번역 기사를 보고는 투고한 내용이라 본의 아니게 관심을 갖고 봤었는데, 조직의 평판 관리에 대한 글로벌 전문가들의 인식 수준이 참 높구나는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내용들이 많은데, 대중을 상대로 하면서는

  • 절대로 자랑하지 말고, 자랑을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항상 외부인을 시키고
  • 틀린 내용들은 사실 관계로 반박 후 변호사를 고용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고
  • 그 외에는 사실 관계만 알리는 방식으로 기업의 외부 소통을 최소화해야 된다

는 막연한 인식을 저 분의 기고에서 새삼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 글의 번역본을 본 Gordon Institute에서 일괄 삭제 요청을 줬던 것도 또 한번 이해가 됐었다.

3. Recognition

여기까지는 우리가 1. Creation에서 제공해준 부분이 도움이 됐을 것 같긴하지만, SIAI의 성장이 이 분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럼 저런 식으로 2. Validation이 쌓이면 3. Recognition은 어떻게 진행해야할까? SIAI는 어디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역시 The Economy 이름으로 세미나/학술 행사를 개최하면 될까? 그럼 SIAI가 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딱 이 지점에서 재밌는 내용이 하나 더 있는데,

The Economy 산하에 각종 주제에 대해서 랭킹을 정하고 기업들에게 알리는 서비스가 있다. 내 머리 속에는 저거 만들어주느라 몇 달 동안 다른 일을 아예 못했던 기억 밖에 없고, 요즘은 자동화 서비스 붙여 달라고 해서 일 덩어리라는 인식 밖에 없는데, 저게 2. Validation과 3. Recognition 문제를 풀어내는, 어쩌면 4. Adoption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 도구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참고로, 저 랭킹의 핵심이 내가 SIAI의 거의 모든 수업시간에 강조하는 Factor analysis다. 계산 방법이 가장 단순한 Linear Regression인 경우 뿐만 아니라, 계산 의존도가 높은 Deep Learning, Reinforcement Learning 등등의 그 어떤 모델로 가더라도, 결국은 이게 Non-Linear Factor analysis에 불과하다고 수업시간에 항상 강조하는데, 수천 개 이상의 변수들에서 랭킹을 뽑아낼 때, 한국 수능시험 점수 총점처럼 1개 랭킹만 뽑는게 아니라, 각 과목별 랭킹을 뽑는 방식으로 주제별 랭킹을 분리하는 부분이, N개의 부실한 변수에서 k개의 숨겨진 변수를 추출하는, Gibbs Sampling 혹은 Metropolis-Hastings 의 개념, 혹은 Restricted Boltzmann Machine의 개념을 빌려왔다. 데이터 손실이 있는 중간고사 점수를 바탕으로 기말고사 시험 점수를 예측하는 계산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한국에서 흔히보는 Award 파는 언론 매체들과 달리, The Economy Rankings는 돈 받는 것 없이 그냥 랭킹을 발표해 버린다. 그리고 나한테 SEO, AEO를 잘해서 구글 검색하면 항상 1등으로, 최소한 1면에 나오게, AI 검색을 해도 나오도록 각종 기술적인 작업을 해라고 시켰는데,

우선 위의 The Economy Wiki를 기업 대상으로 만들어서, The Economy의 기사에 회사 이름이 언급되면 자동으로 우리 자체 Wiki에 연동이 되고, 랭킹에도 연동이 되도록 만들었다. The Economy가 도메인 평점 (Domain Rating (DR), 구글이 도메인의 영향력을 평가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만든 가상 지수)이 매달 꾸준히 올라가는 매체인만큼,

  • 전문 기사 + Wiki + 랭킹 + 연구 논문 + 학자/전문가 기고

결합을 통한 시너지 덕분에 랭킹들이 빠른 속도로 구글 검색 1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DR이 12에 불과했던 The Economy가 8월 말에 43이 됐던데, 랭킹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랭킹을 만드는 회사가 되니까 이렇게 평판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는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

수십 년간 랭킹 서비스를 운영했던 회사들을 불과 몇 달만에 추격하는 건 쉽지 않지만, 그 분들이 강력한 매체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드물고, 매체가 있더라도 1-2일간 소비되는 단발성 기사인 언론사들이 많지, The Economy처럼 1-2년 후에도 꾸준히 살펴볼만한 내용의 콘텐츠 위주로 운영되는 곳은 드물다.

모든 콘텐츠가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인만큼, Wiki나 랭킹도 서로 시너지가 나는 구성인 것이다. Wiki + Ranking 주는 시너지 효과로 DR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이미 큰 이득을 봤다. 랭킹 서비스가 안착되는 2027년 말 정도가 되면 그 이득이 좀 더 가시화될 것이다.

SIAI와 The Economy의 시너지

우리 같은 학술 조직이 저 랭킹의 모델 부분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일단 외부 기관이 제작한 모델로 뽑은 랭킹이라는 신뢰도를 심어줄 수 있고, SIAI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그 신뢰도는 더 올라가게 된다.

특히, 위에서 말한 SIAI Labs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Validation → Recognition → Adoption을 거치게 되면, The Economy Rankings는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면서 더더욱 신뢰를 얻게 된다.

SIAI 졸업생들 입장에서 보면, The Economy Rankings 뱃지를 달고 있는 회사에 인터뷰를 가면,

저희 SIAI가 그 랭킹의 AI 모델을 만들고 관리하는 학교입니다

라고 면접을 시작할 수 있다. Harvard, Stanford 같은 글로벌 초특급 명문대는 아니지만, SIAI를 모르더라도 자기 회사 홍보 자료가 수학적인 모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모델을 SIAI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면접 중에 조직을 설명해야하는 귀찮음은 단번에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시너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예시면 충분히 전달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걸 돌릴려면 예전엔 수십 명의 인력이 필요했었을텐데, 우리는 뭐…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고, 랭킹 검증 인력이 세일즈 인력이다. 물론 그들이 자기 마음대로 찍어내는건 아니고, 발로 뛰면서 평판 조회를 하는 건 맞지만, 적어도 과거 지향적인 매체들처럼 Wiki, 랭킹 데스크에 수십 명씩 앉아 있지는 않다.

이렇게 노출도, 정보성, 전문성을 강화시킨 랭킹은 Michelin Guide처럼 상업적으로 쓰고 싶은 회사들만 라이선스를 구매해서 회사 홍보 자료로 쓰는 식인데, 예전에 한국에서 SIAI가 '안 유명’한 곳이라며 무시하는 발언을 하던 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네 까짓게 뭔데?

라는 식의 비아냥만 받을 것 같았지만,

  • 다른 콘텐츠들이 워낙 탄탄하게 갖춰져 있고 (1. Creation),
  • 외부 기고자들이 먼저 홍보를 해주고 있으니 (2. Validation),
  • 거기다 The Economy, The Economy Ranking 같은 경쟁이 치열한 키워드들에서 구글 검색 상위에 찍히는 콘텐츠들이 되니까 (2. Validation),

메일 정리해주는 알고리즘을 만들다보면 기업들의 반응이 바뀌는 것들이 눈으로 보인다.

랭킹 선발 통보 메일을 돌리면 열고 확인하는 비율이 0%일 줄 알았는데, 항상 절반 이상이 확인하고, Wiki는 자기 회사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계속 연락들이 온다. 메일을 받으면 바로 고치도록 자동화 알고리즘을 만들면서 느끼는거지만, 사람이 이걸 하던 시절이면 최소한 몇십 명 이상이 투입되어야 했을 것 같고, 2만개 정도 기업과 대학을 다루는 우리 상황을 감안하면 아마 백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되어야 했었을 것 같다.

저 서비스가 원활히 돌아가고, 수익을 창출하는 지점이 아마 3. Recogition, 그리고 4. Adoption에 해당하는 영역일 것이다. 그리고, 인력을 투입해야 했던 시절에는 3, 4단계를 지나려면 수백, 수천 명 이상의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회사여야 저런 스케일이 가능했었을 것이라고 짐작도 해 볼 수 있다.

이쪽도 아마 5단계는 Financial Times, US News가 발행하는 대학 랭킹이 기업의 채용, 국가별 비자 발급 같은데 영향을 주는 것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레벨일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4단계에서 이미 필요한 인력 수준이 천명 단위인 것을 감안하면, 인건비 만으로도 매출액이 엄청난 수준이어야 감당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AI 시대, '그 회사 몇 명 있나요?'는 무의미한 질문이 됐다

AI 시대에 이런 식으로 인력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브랜드가 성장하고, 시장 영향력을 갖추는게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간은 나만 비관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외부인들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위의 한 런던 액션 탱크 관계자의 표현대로, 수백 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어야 돌아갈 서비스처럼 보이는데, 정작 AI 시스템 기반이면 소수로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현장에서 확산되는 것은 색안경에서 색이 빠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브랜드라는 것이 오늘은 No.1이지만 내일은 언제 추락을 겪을지 모른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더더욱 권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아니 자기 자리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제 AI라는 도구가 기계적인 업무에서 인간을 대부분 대체해주는 시대가 온 만큼, 저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서 고급 인력들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도록 만드느냐에 따라 기존의 기업간 서열도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간의 도전을 떠나, 개인적인 관점으로 봐도, 그저 1. Creation 역량 하나만 갖고 발버둥을 치던 시점과는 시야와 고민이 완전히 달라졌고, 그게 다시 1. Creation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걸 매번 겪는데, 눈이 쪼오끔식 더 열릴 때 마다 그간 해 왔던 시행착오에 대한 인식도 매번 바뀌는 것을 느낀다.

SIAI의 자율성을 포기하고 Gordon 이름을 딴 GSB로 교육 기능을 이전하면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뭔지 자주 생각해보는데, 언젠가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리고 앞으로 몇 년간은 그런 생각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이렇게 시너지를 내어가면서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가며 성장하면 2021년에 날 믿고 SIAI에 찾아왔다가, 다들 어렵다고 포기하고 도망가는 와중에 꾹 참고 졸업장을 받아든 학생들이 2031년에는 그 졸업장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가치있게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학생들만 자부심을 갖는 졸업장이지만, SIAI가 성장할수록 그 졸업장은 남들도 부러워하는 졸업장이 될테니까.

AI 시대에 맞춰 고용을 최소화하면서 성장하는 조직 안에서, 나 역시도 도구들로 Keith Robot을 10명, 20명씩 만들어 내면서 열심히 성장을 쫓아가고 있는데, 아직 한참, 더 많이, 많이 많이, 정말 더 많이 성장해야 할 것 같다.